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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덕질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읽고

등록일 2023년04월2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나는 쓰레기 분리수거 담당이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이라곤 생활 속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을 나누어 버리는 일이다. 아내가 모아놓은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를 버린다. 다음에 할 일이 분리수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분리수거란 말이 맞지 않는다. 분리수거는 분리해서 가져가는 것이다. 집하장에 내다놓는 행위는 분리배출이 맞는 말이다, 

지난겨울 우리나라는 심각한 추위로 몸살을 앓았다. 유럽 대륙은 유래 없는 온난화로 몽블랑 지역의 많은 눈이 녹아내렸다.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는 폭설에 교통마비 사태를 겪었다. 이는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무분별한 자연환경 파괴가 기본 원인일 것이다. 이에 따른 탄소 배출이 증가하고 미세플라스틱이 녹아 온 지구에 스며들고 있다. 날이 갈수록 쓰레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 실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발생한 쓰레기는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은 쓰레기는 감춰질 뿐이다.’로 말하고 싶다. 우리가 버린 것이 잘 처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남아있다고 생각된다. 엔트로피 법칙이나 상대성 이론의 E=mc²에서 보듯이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 적용된다. 생성된 물건은 언젠가는 쓰레기가 되게 마련인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첫째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쓰레기0’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둘째는 쓰레기가 되기 전에 재사용이 절실하다. 최대한 돌려가며 사용하는 것이다. 셋째는 쓰레기 자원화에 힘써야 한다. 재사용이 어렵다면, 재활용을 위한 자원화를 모색해야 한다. 넷째는 자원화도 어려운 쓰레기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해서 처리한다. 음식물, 소각용, 매립용 쓰레기로 구분한다. 

위 세번째 항목에서 쓰레기의 자원화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분리수거, 아니 분리배출은 쓰레기를 줄이는 기본이기도 하다. 분리배출은 쓰레기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인도하기 위해서다. 재활용품이 종량제 봉투에 담겨서 땅에 묻히거나 불타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자는 것이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운동’이라고 하는데 이를 지키는 규제로 ‘5R’을 들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등 불필요한 물건 사용을 덜어내고(Reduce), 내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은 재활용 매장에 기부하며(Reuse), 재사용이 어렵다면 정확히 분리 배출하여 다시 원료로 사용하고(Recycling), 물건을 구매할 때 일회용 비닐봉지를 거부하고(Reject),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만들어(Rot) 텃밭에 뿌리는 것이다.

몇 년 전 여름 집중호우가 내렸던 때가 떠오른다. 그 당시 쓰레기가 밀려들어 빗물받이 역할을 할 배수구가 막히고, 흐르던 물길은 넘쳐나니 반지하층으로 흘러들어 인명피해까지 발생했었다. 이는 또 다른 차원의 단순한 얘기지만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리는 습관에서 오는 일이었다.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지자체의 관리와 쓰레기 수거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어야 한다. 

농경시대의 쓰레기는 다시 퇴비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산업화시대로 넘어오며 각종 쓰레기는 썩지 않는 합성물질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급기야 환경이 멍들기 시작한 지도 오래 되었다. 그런 연유로 기후의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쓰레기 덕질’을 해야 한다. 덕질이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한다는 뜻의 인터넷 속어이다. ‘쓰레기 덕질’은 쓰레기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일에 푹 빠진 것을 의미한다. 홍수열 작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쓰레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쓰레기에 대한 고민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노력을 시작했다. 쓰레기 덕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미래는 집 앞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있다.”고 했다. 나도 쓰레기 덕질에 빠져가고 있다.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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