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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 공개

진실화해위원회, 부역혐의 희생사건 첫 유해발굴, 방공호 따라 유해 40여 구 발굴

등록일 2023년03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3월7일부터 20여일간 아산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을 진행해왔다. 한국전쟁 당시 부역혐의 희생사건에 대한 첫 국가차원의 유해발굴이었다. 
 

▲ 성재산 방공호에서 드러난 유해발굴 전체 모습.


유해수습을 앞두고 28일 오전 11시 발굴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한국전쟁 당시 생생한 집단학살 상황을 알리기 위한 조치였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진실화해위원회)의 첫 유해발굴지인 충남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 그곳은 73년 전 당시 집단학살 정황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 1950년 10월4일 온양경찰서 업무가 정상화되면서 좌익부역혐의 관련자와 그 가족들을 매일 밤 1~2회에 걸쳐 40명에서 50명씩 트럭에 실어 성재산 일대와 온양천변에서 학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곳이다. 또한 1951년 1·4후퇴대인 1월 초에는 도민증을 발급해준다며 배방면사무소 옆 곡물창고 2개와 모산역 부속창고에 좌익부역혐의 관련자와 그 가족들을 구금한 후 수일간 수백명을 집단학살하고 유기한 지역이기도 했다. 


좁은 방공호 따라 수많은 유해 드러나 
 

▲ 좁은 방공호를 따라 빼곡하게 매장되어 있는 유해들.


이번 유해발굴에서는 최소 40구의 유해가 확인됐다. 대부분 건장한 남성으로,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일 것으로 추정했다. 

유해는 3미터 넓이에 14미터의 방공호를 따라 빽빽한 상태로 드러나 방공호에서 집단학살당한 것으로 보인다.
 

▲ 좁은 방공호에 무릎이 굽혀진 채 매장된 유해들.


유해 대부분은 무릎이 구부러지고 앉은 자세인 L자 형태를 보이고 있어 학살당한 후 좁은 방공호에 바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 위에는 파랗게 녹슨 탄피가 얹혀 있었고 집단으로 손목에 군용전화선이 감긴 채 발견됐다. 

유해 발굴현장에는 학살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A1 소총탄피 57개와 소총탄두 3개, 카빈탄피 15개,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사용한 99식소총 탄피 등이 다량 발굴됐다. 유품으로는 단추 다수와 벨트 9개, 신발 39개, 군용전화선(삐삐선) 등이 다량 발굴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5월 아산시와 아산유족회가 이곳에서 진행한 시굴조사결과 유해 일부와 탄피가 확인되면서 발굴가능지역으로 선정하고 유해발굴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발굴된 유해들은 세척 등을 통해 4월 중순까지 수습작업을 하게 된다. 이어 인근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새지기 2지점(산96-4)에서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을 계속하게 된다. 
 

무차별적인 살해, 대부분이 가족희생 
 

▲ 삐삐선이 감겨있는 채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009년 5월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을 1950년 9월에서 11월 사이 온양경찰서 소속경찰과 치안대(대한청년단, 청년방위대 및 향토방위대, 태극동맹)가 지역주민들을 인민군 점령 당시 부역혐의로 몰아 상재산 방공호와 수철리 금광굴, 염치리, 대동리 일대에서 집단학살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조사결과 희생자 77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희생자를 800여 명으로 추정했다. 배방면 지역은 9·28 수복시기 최소 200여 명, 1·4후퇴 시기에 30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희생자들은 가족단위로 살해돼 유족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또한 부역혐의 사건의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 자손들이 공동체 내에 어울려 사는 경우가 많아 유해발굴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부역혐의사건 유해발굴이 상당수 실시됐지만 주로 국가기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단체가 발굴에 나섰다. 2018년 아산시가 자체진행한 유해발굴결과 208구의 유해를 수습하기도 했다. 

이번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실효성 있는 유해발굴과 위원회 종료 후에도 유해발굴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 7월 ‘유해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발굴 중장기로드맵 수립 최종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를 근거로 전국 6개지역 7개소를 선정해 유해발굴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렸다.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배방읍> 유해발굴 현황 

○ 2018년 아산시 자체 유해발굴 결과

­-발굴결과: 어른 150명, 어린이 58명 등 총 208명 발굴, M1(탄두 47, 탄피 42), 카빈(탄두 15 탄피 38 기타 3점), 은비녀 48점, 플라스틱비녀 3점, 옥비녀 등 최소89점 등 
-­ 매장지역: 아산시 배방읍 중리 산 86-1 뒷터골폐금광터
­- 매장경위: 1951년 1월 6일 저녁 6시부터 9시경까지 전원 총살하고, 불을 지른 후에 시신을 폐금광에 유기함.
­-발굴 후 유해 및 유품처리: 2018년 4월1일 아산시봉안당으로 유해 이전→4월12일~23일 감식→5월14일 세종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관에 임시 안치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황골 새지기> 유해발굴 현황 

○ 2019년 아산시 자체 유해발굴 결과

­-발굴결과: 30세 전후의 성인 남성과 두 명의 형제를 포함한 유해 7구, 단추 5개, 플라스틱 머리빗 1개, 가죽조각 1개, 가죽끈 1개 등 
­- 매장지역: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96-4 (황골 새지기 공동묘지터)
-­ 매장경위: 1950년 9월27일(사건번호 다-3566), 대동리 인민위원장을 지냈던 홍○○과 그 가족들은 치안대에 의해 마을의 어느 가옥에 감금되었다가 2~3일에 걸쳐 새지기 공동묘지에서 살해됨.
­-발굴 후 유해 및 유품처리: 유품보존작업, (주)디엔에이링크와 협조하여 유해 유전자 감식 진행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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