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격려는 글이나 전화로 대신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8월1일자 시 인사발령에 써있던 문구다. 왜 이같은 문구를 써넣었냐고 묻자 시 인사 관계자는 공무원의 청렴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란다. 즉 공정하게 받을 것만 받으라는 말이다.
그러나 인사 이후 각 부서마다 화분이 가득 쌓여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시와 상대해 본 적 있다는 김모씨는 “그네들, 집안 행사나 인사가 있으면 알아서 팩스나 전화를 줘요. 우리야 안 할 수 있습니까. 괜히 밥줄 끊기게…” 그는 시 공무원과 업체간 관계가 ‘너저분한 공생관계’에 있음을 설명했다.
실제 공무원 사회에 ‘화분’ 못받으면 바보 소리를 들을 만하다. 당연 이번 인사에도 각종 화분이 널려 있었다. 꼬리표엔 ××업체란 문구가 대부분이다. 친지나 친구, 선·후배가 보낸 것도 있겠지만 업무상 관계하는 업체가 주류를 이룬다.
지난번 시청 모 과장의 모친상이었나 보다. 당시 그곳을 다녀온 어떤 사람에게 들은 얘기로는 천안과 멀리 떨어진 곳인데도 천안 업체에서 보낸 화환이 엄청나더라는 것이다.
최근 양길승 파문이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이면 2만원(3만원) 이내에서만 금전?향응?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윤리강령을 양씨는 터무니없이 어겼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저지른 일.
문제는 시 살림을 도맡고 있는 공무원의 마음자세다. 업체에서 화분을 스스럼 없이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라면 응당 그 업체에게 뭔가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갖기 마련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축하가 값진 것이지 달랑 화분 하나 받는 것이 무슨 득이 될까. 마음이 굽으니 비리가 싹트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