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프렌즈’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1993년 3집 앨범에는 「칵테일 사랑」이란 노래가 실렸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애창되고 있는 노래이죠.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질 쓰고파
이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요. 각자 ‘마음 울적한 날’이 있지요.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졌을 때라든가, 오래된 친구와 심하게 다퉜다든가, 또는 잘 살고 있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자신이 없어지는... 그런 순간들.
이 노래는 그런 사람들에게 ‘마음전환’ 해보라는 요령을 알려줍니다. 참 따듯한 마음입니다. 위로가 됩니다. ‘칵테일 한 잔’이면 좀 기분전환이 될른지요.
‘마로니에 프렌즈’의 <마로니에>가 나무를 뜻한다면,
천안에도 참한 마로니에가 눈에 띕니다.
제 눈에 비친 것은 광덕사 호두나무 옆에 있습니다. 계단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호두나무, 왼쪽 약간 위쪽의 담 옆에는 마로니에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밑 주차장에 차를 대고 샛길로 들어서면 보이는 나무들이 마로니에랍니다.
아, 그런데 ‘마로니에(서양칠엽수)’가 맞을까요?
마로니에와 닮은 ‘일본칠엽수’가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 있거든요.
과연 마로니에일까요, 일본칠엽수일까요!
답은 각자 찾아보기로 하지요. 그래야 재미있는 공부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 개인적으로는 낭만 가득한 ‘마로니에’였으면 좋겠군요~.
마로니에? 일본칠엽수?
마로니에는 서양칠엽수라고도 하는데 어원은 ‘밤’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론’과 관련되어 있다네요. 마론이 마로니에가 된 듯 합니다.
서양에서든 우리나라에서든 흔한 가로수죠.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가로수로 많이 보이듯 마로니에도 그렇게 우리 곁에 있습니다.
열매는 밤과 닮았는데 먹으면 큰일 나요. 독성이 있거든요. 얼마나 심한지 위경련에 현기증, 구토현상에 심지어 사망한 사례도 있다네요. 그래서 청설모나 다람쥐도 이 열매는 안건드린다네요.
열매만 밤과 혼동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칠엽수속에 속하는 일본칠엽수와도 혼동을 빚는 답니다. 둘은 다르지만 비슷해서 다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요.
서울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마저 실제는 경성제국대학 시절 일본인 교수가 심은 일본칠엽수라고 합니다. 마로니에 공원에 진짜 마로니에는 3그루밖에 없다니(어디는 1그루라고 함).. 이제와서 ‘일본칠엽수 공원’이라 할 수는 없겠지요.
일본칠엽수의 열매는 독성이 약하답니다. 그래서 도토리처럼 물에 담그어 탄닌만 제거하면 식용이 가능하다네요.
한국에서 가장 확실한 마로니에 나무를 보고 싶거든 덕수궁으로 가보세요. 네덜란드 공사가 고종에게 선물한 묘목이 한국1호 마로니에 나무로 자라고 있습니다. 덕수궁 석조전 뒤에 있는 거목들이 이 나무들로, 1913년에 선물했으니 나이로 따진다면 최소 100년을 넘은 노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서양 아이들은 마로니에 열매에 실을 꿰어가지고 논답니다. 한 명이 자신의 열매를 실로 매달아두면 다른 한 명이 자신의 열매를 휘둘러 열매끼리 충돌시켜 깨진 쪽이 지는 게임입니다. 열매가 달리거든 우리도 한번 해볼까요~.
아쉽지만 위의 두 곳 마로니에(?)는 '일본 칠엽수'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참 우연찮게도 진짜 '마로니에'를 보았지요.
천안 충무병원에서 일방통행 골목길로 30미터쯤이나 떨어져 있을까 싶은 곳에 떡하니 마로니에가 있는 겁니다.
우와, 반가워라.
아직 열매가 몇몇 달려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 가시처럼 뾰족뾰족한 것이 틀림없는 마로니에거든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가까이에 있었음을 모르고.
앞으로 자주 찾아오마. 올 가을에는 마로니에 앞에서 사색에 잠겨볼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