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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11분>

등록일 2023년02월1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파울로 코엘료의 2004년 작 『11분』은 성(性)과 사랑을 주제로 삼은 이야기입니다. 한 브라질 처녀의 성 입문과정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성(섹스)이 사람에게 미치는 것들을 다룬 내용이죠. 

코엘료는 한 창녀에게 깊은 인상을 받고, 저녁식사와 다음날의 만남으로 이어지며 그렇게 ‘11분’의 주요 줄거리가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그 창녀는 결혼하여 남편과 사랑스러운 두 딸을 두고 살고 있답니다. 


줄거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들 

브라질 동북부의 한 자그마한 마을에 사는 주인공 마리아는 일상적인 평범한 소녀다.

열일곱살이 되자 점점 예뻐졌고, 그녀의 우울하고 신비한 분위기는 많은 남자들을 매혹했다. 그녀가 순결을 잃은 곳은 자동차 뒷자석. 그날따라 더욱 격렬하게 애무하다 흥분한 청년이 떼를 쓰자 삽입을 허락했다.

친구들 중 혼자만 숫처녀로 남아있는 것도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것은 천국으로 이끌었던 자위와는 반대로 고통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 청년과 몇차례 더 사랑을 나누었다. 마리아는 그를 수업의 도구로 삼아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며 성관계의 쾌락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려고 애썼지만 허사였다. 자위가 힘도 덜 들고 훨씬 편하고 더 큰 만족을 주었다. 그해 열일곱살에..

숫처녀를 버림으로써 성에 대한 자유로움이 생겼을까. 아니, 애초부터 ‘숫처녀’에 대한 도덕적 관념이 없었던 그녀는 모델제의를 받고 떠난 스위스에서 혼자만 남겨지자 어떻게 살 것인가를 사색하게 된다. 그러다 그녀와 하룻밤을,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30분을 보내는 대가로 6백달러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세계였다.

그녀에게 성(性)은 그저 살아가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성은 한번만 쓸 것도 아니고, 많이 쓴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 팔이나 다리처럼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몸의 일부라고 여겼다.  
 


성에 대한, 남자에 대한 별다른 환상은 없다. 마리아는 1년만 돈을 벌어 브라질 고향에 커다란 농장을 갖고 살겠다는 계획만 세워둔다. 남자들은 오르가슴만을 위해 천 프랑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 그러니까 내가 얼마동안 창녀가 되기로 결심한다고해서 잃을 것이 뭐가 있는가? .. 이제 나는 삶이 나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내버려둘 것이다. 


그녀가 일하는 곳. 섹스를 제공한 일반요금은 350프랑(200달러), 그중 50프랑은 테이블 대여명목. 그 정도면 직물가게에서 받는 급료 두달치에 해당하는 돈을 버는 셈이다. 바에서 몇 시간 빈둥거리고, 춤추고, 다리를 벌리는 것만으로.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다. 마리아는 수많은 남자들과 동침했고, 그 결과 6개월만에 2만4000달러를 모았다. 

마리아는 도서관 사서에게 섹스에 관한 책들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분야에서 일하자면 그 직업의 종사자로서 행동하는 법, 쾌락을 주는 법, 그 대가로 돈을 받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다. 
 

-호텔, 350프랑, 섹스 후의 샤워. 그것은 마리아가 아니다. 그녀의 몸 속에 있는 다른 사람이다. 그녀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그냥 기계적으로 일종의 의식을 수행한다. 그건 여배우다. 


그곳에서 일하는 창녀들은 대부분 열여덟에서 스물두살 사이였다. 대개 2년 정도 일한 뒤 신참으로 교체됐다. 코파카바나에서 퇴출되면 ‘네온’으로, 그 다음엔 ‘제니움’으로 흘러갔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화대는 점점 깎여가고, 결국 하루에 돈 없는 대학생 한 둘 건져 입에 풀칠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예뻤고, 스트레스가 많은 손님들을 위해 일반심리학 등을 배웠다. 손님 다섯중 하나는 성행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라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곳에 온다는 걸 알고는 그들을 위로하는 기교를 익힌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녀를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 

또한 마리아는 그들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었다. 아내에 대한 공포, 돈을 주고 산 창녀 앞에서조차 발기가 안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진짜 수컷으로 보이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마리아는 그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손님이 지나치게 취했거나 피곤해 보이면 삽입을 피하고 애무와 마스터베이션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그들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늘 배려해야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하룻밤? 그건 45분 정도에 불과하다. 아니 옷벗고, 예의상 애정어린 몸짓을 하고, 하나마나 한 대화 몇마디 나누고, 다시 옷입는 시간을 빼면, 섹스를 하는 시간은 고작 11분 밖에 안된다. 11분. 겨우 11분을 축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류문명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아마존의 산림훼손도, 오존층 파괴도, 판다의 멸종도, 담배도, 암을 유발하는 음식도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자신이 종사하는 직업, 섹스라는 사실을. 


마리아는 사랑했던 남자들을 잃었을때 상처를 받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확신한다. 어느 누구도 타인을 소유할 수 없으므로 누가 누구를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을.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그녀는 진정으로 남자를 사랑한 적도, 사랑받은 적도 없었다. 적어도 이후 나타나는 사람 말고는.

그리고 조금씩 ‘그’ 남자를 알게 되고, 나름 사랑을 알게 되고... 그리고 화학적인 섹스 11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행위, 그것이 섹스일지언정, 사랑은 서로의 영원을 끌어오는 것임을...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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