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부양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
모시자니 돈 없고 안 모시자니 주위 눈총
“착한 며느리는 지겹다.”
78세의 시부모를 모시고 있는 권세득(52?주부·가명)씨는 시집와서 지금껏 시부모를 봉양하며 살아왔다.
작년에는 아산시에서 주는 효부상까지 받았지만 이 버거운 삶의 무게를 자식들에게는 넘겨 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벌어도 거듭되는 빈곤 속에서 어쩔 수없이 자녀에게 부양 책임을 넘겨줘야 하는 자신의 운명에 한탄했다.
‘착한 며느리’라는 굴레로 경제적인 빈곤 속에서 시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며느리의 굴레.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경제적 능력을 갖고 싶어하는 며느리들은 시부모를 보며 모셔야 한다는 도덕적 책임감과 삶의 이중고 속에 허리가 휘어간다.
아산인구의 10%인 1만8000여명은 60세이상의 노년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인구는 점차 고령화되고 부양과 보호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노인부양의 문제는 좀체 해결되지 않는다. 부양은 아직까지 사회부양보다는 가족부양에 의존해 있는 실정이다. 노인부양 주책임자는 며느리나 부인 등 여성이 대부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장기요양보호대상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발 받는 사람 63.9%가 가족수발, 36.1%는 가족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수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발의 주책임자는 며느리(35.1%)나 부인(31.5%) 등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자의 몫으로만 남길 것인가
여성들이 재가 무보수 노인부양 부담을 져야 하는 이유 때문에 취업을 비롯한 사회참여는 꿈도 못 꾸고 있다. 노인부양을 둘러싼 가족구성원의 역할분담 문제는 가족 내 갈등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대부분 부양 노인들은 건강상 문제를 안은 경우가 많다.
치매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이주헌 아산정신보건센터장은 “신체장애, 치매 관절염, 중풍 등 많은 여성들이 문제를 안고 있는 노인을 부양하고 있다”며 “전문적인 치료와 진료가 필요하나 가족내에서 부양하다 보니 노인과 부양가족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취업여성은 노인을 부양하고 돌보는 일이 일상화돼 있다.
10년째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김순자씨(40?주부·용화동)는 “하는 일이라야 대화하기, 병원같이 가기, 밥 챙겨 드리기”라며 “하루 종일 붙어 있어 이일, 저일 하다보면 무엇을 하고 하루를 지냈는지 모르겠다”고.
일이 있는 여성인 경우는 더하다. 연월차나 조퇴까지 해가며 부모를 모시지만 남편은 무관심하다.
가족이란 울타리 벗어나기
이주헌 아산정신보건센터장은 “노인부양의 경우 특히 가족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족간 유대관계를 통해 여성도, 피부양자 노인도 행복하고 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고 가족의 안정감을 갖는다고.
또한 사회적인 연결고리도 중요.
최우영 아산노인종합복지회관 사회복지팀장은 “회관을 개관한지 2개월밖에 안 됐는데도 이곳에 회원들로 가득차 있다. 의료지원까지 할 수 있어 노인들 이용률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 아산시 규모 정도면 현재와 같은 규모의 노인복지회관이 한 개 더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인들이라 무기력하다는 판단으로 부양하며 짐스러워 하지만 실제로 아픈 것보다는 사회, 가족에게 소외당하기 때문에 병이 더 생기고 이를 사회복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산노인종합복지관(관장 신혜종)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노인들의 활동력이나 지구력, 적극성, 자신감이 증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부양이라는 책임감의 굴레에서 사회적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개인과 가족, 사회 전체적인 부담요소가 되고 있다.
아산시는 충남 자치단체 중 제일 많은 복지회관을 건립했고 성적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산시가 지향하는 실버타운의 개념으로 들어서기에는 적은 예산과 싸워야 한다. 또한 읍면동별로 지원하고 있는 게이트볼장, 마을회관 등의 정비도 요원한 편이다.
구민회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정책장은 “아산시뿐 아니라 많은 자치단체가 겪고 있는 문제지만 정부차원에서 가족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면서도 질적으로는 향상된 노인부양을 위해 가족 내적 부분에서 지원책뿐만 아니라 가족 외적 부분 역시 고려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전에 지자체에서 경험이 많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소일거리 마련, 건강증진 시설 확대, 운동시설 마련 등 사회가 책임 질 수 있는 부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