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걸 먹어? 말아?
싱싱한 딸기가 들어간 크로와상과 딸기쨈을 얹은 식빵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금방 읽은 뉴스를 보면 잼을 바른 빵을 매일 먹는 것은 당분과 포화지방이 높아서 영양소 불균형이라 부적절하단다.
보들보들 야들야들한 빵의 유혹, 그 유혹의 시작은 13살 때부터다.
소매가 손등 가운데까지 닿는 교복을 입고 입학식을 마친 후 집에 왔더니 들어가기 어려운 중학교에 입학했다고 언니가 따뜻한 찐빵을 한 아름 사왔다.
교복을 맞추려고 중앙시장에 갔을 때 본 찐빵집을 생각하니 입이 먼저 벌어졌다.
수증기가 가득 차고 솥 옆엔 하얀 빵이 수북하게 쌓였던 빵집, 그 순백의 색으로 된 빵은 높은 하늘에서 수줍게 떠있는 반달 같아서 한참을 지나와서도 고개를 돌려보았던 빵이다.
그 찐빵이 마침내 내 손에 들었다. 작다. 아기 주먹만한 빵을 잘라보니 가운데엔 빨간 팥소가 가득했다. 얼른 입으로 가져갔다. 달곰하고 보드랍고 따뜻한 맛의 빵, 하얀 밀가루빵을 사랑하게 된 시작이다.
그리고 얼마 후 교실에 들어서다가 식빵을 먹는 애들을 보았다. 덩어리 식빵을 처음 본 것도 신기한데 손가락으로 잡고 찢을 때마다 결에 따라 찢어진 식빵은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찰랑이고 있었다.
금방 구운 빵이란 걸 빵을 몰라도 알 수 있었다. 그 후 손가락으로 식빵의 결을 느껴보고 싶어 빵집에 가면 덩어리 식빵을 찾고 금방 구운 것이냐고 묻는 습관이 생겼다. 보드라운 빵이 입술에 닿는 그 느낌이 좋아서다.
지금도 먹고 싶은 빵이 있다. 학교 매점에서 팔던 땅콩샌드위치다.
빵 가운데 고소한 땅콩 잼이 들어있었다. 빵에 싸인 고소한 땅콩은 한 입 베어물을 때마다 환상의 맛을 주었다. 그 맛에 반해서 둘째시간이 끝나면 매점으로 달려갔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찾은 것 다음으로 좋았다.
첫맛을 잊지 못하고 첫 향을 잊지 못하는 것은 나만이 아닌가 보다.
남편은 소보로빵과 팥빵을 좋아하고, 40대의 아들은 소시지가 들어간 빵을 좋아하고, 그 아내는 케첩과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간 양배추 샌드위치를 좋아하고, 8살 손녀는 치즈가 길게 늘어지는 피자를 좋아한다.
며칠 전 대만에서 나고 자란 손녀와 버스터미널이 있는 신부동의 백화점에 갔을 때다. 중학생 손녀가 갑자기 눈을 두리번거리며 코를 킁킁 했다.
아하! 호두과자 냄새다. 먹어 본 냄새를 코가 기억하고 몸이 반응하여 손녀는 금방 호두과자집으로 향했다.
금방 구운 호두과자는 말랑하고 달곰하고 고소하다. 얼른 주문했다. 누구의 열망인데 안 사주랴. 손녀바보 할머니의 지갑은 늘 손녀를 향해 열려 있다.
빵을 좋아하고 즐겨 먹으니 이젠 우리밀과 우리 지역에서 난 소를 넣은 빵을 구하러 다닌다. 나도 좋고 우리지역의 농민도 좋은 상생의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빵집을 순례하며 좋은 빵을 골라야겠다.
맛난 빵을 찾아다닐 분 없나요. 빵의 도시 천안에서 빵과 함께 행복하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