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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를 읽고

등록일 2022년12월2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란 책을 들고 있다. 작가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다. 정신과 의사가 수많은 이들을 만나며 겪은 것을 쓴 것이기에 열기도 전에 흥미가 생긴다. 남자가, 또 정신과 의사가 보는 마흔이다. 표지의 글을 본다.
 

마흔은 그냥 아픕니다. 휑하니 구멍이 난 것처럼 가을 한자락 바람에도 가슴이 시려옵니다. 돌아보면 소중한 것들을 곁에 두었기에 아르다는 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마흔, 그것은 먹먹한 한숨입니다. 눈물이 뒤섞인 가슴을 들킬까 봐 무서워 감추고 있는 시린 한숨입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습니다. 고뇌의 소리를 내지 않고 살아가는 마흔은 없습니다.

 


어찌 마흔만 흔들릴까. 쉰도 예순도 흔들린다. 열매를 맺고 마른 잎을 내리면서도 바람이 불면 가지를 흔드는 나무같이 가을과 겨울의 나이에도 흔들린다. 죽은 후에나 고요할까. 오랜 동무라 다 이해할 줄 알고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 동무에게서 칼날 같은 충고를 받은 날은, ‘시기심이 발동해서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남모르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싫은 고민을 가을 햇살을 핑계로 나와 내 그림자에 털어놓는다. 그림자는 마지막까지 동무가 되는가. 오래 살아도 나를 알 수 없고, 오래 보아도 너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두 고맙다. 마흔을 넘고 예순이 훌쩍 넘도록 버텨준 몸도 고맙고 흔들리고 상처 입으면서도 아직 미소를 잃지 않는 마음도 고맙다. 그래! 내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나를 흔들고 상처를 준 그들이었다. 그대들이 고맙다고 허리 굽혀 인사했더니 그림자가 화답한다. 혼자 있어도 즐거운 이유다. 갱년기를 넘으니 오는 세월도 미소로 맞는다.

중년을 위로하는 이 책은 40~50대 중년에서 공황장애 유병률이 높은 이유를 말한다. 열심히 살아왔고, 산다는 것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절대로 그냥 쓰러질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겪는 마음의 병이란다.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아 그냥 쓰러질 수 없기에 생긴단다. 우울증도 힘든 등산 뒤에 오는 근육통 같은 것이란다. 그러면 힘들어도 세월을 넘어갈 수 있겠다.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감기는 일상 걸리기도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았을때 남자는 그 상황을 ‘투쟁’ 아니면 ‘도피’로 반응하고 여자는 타인과 함께 위안을 주고받으면서 해소한다. 자세한 설명 없이 소리를 지르거나 화가 난다고 밖으로 휙 나가는 남편을 아내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없이 수다를 떨고 와서는 또 전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는 아내를 보고 남편은 또 고개를 외로 꼰다. 남자와 여자가 다름을 인정하고 남편이 힘들어할 때 남편을 향해 “당신의 인생은 헛되지 않았다. 그것을 내가 증명해줄 수 있다. 당신은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다.”라며 끝까지 믿어주는 아내가 있다면 그 남편은 절망의 바닥에 있어도 굵은 동아줄을 잡은 것만큼이나 든든할 것이다.  
 


남자의 고민 중에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남자가 성 기능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타인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잃는다는 것과 같다. 사랑의 언어인 성 기능을 잃으면 남자는 절대고독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이 고통스러워하고 좌절한다. 세상이 끝난 것처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자는 조금 다르다. 여자는 성생활로만 살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서적 공감을 더 원하기도 한다. 다정한 말이나 포옹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아내 생일에 비싼 보석을 한 번 선물하는 것보다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작은 것이라도 여러 번 하면 아내는 더 기뻐한다. 돈의 액수가 아니라 나를 염두에 두었던 마음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모든 연령이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마흔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평생 흔들리며 산다. 강아지풀이든 장미든 흔들리며 간다. 바람은 일어야 하고 흔들리면서도 꽃은 피어야 하고 나무는 가지를 뻗어야 한다. 때가 되면 열매를 맺고 때가 되면 낙엽을 내려야 한다. 봄부터 힘을 다해 맺은 열매가 어찌 되는가. 새가 먹어도 땅에 떨어져도 나무는 탓하지 않는다. 그저 나무의 역할을 다할 뿐이다. 

인생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어떤 선인이 ‘그저 사는 것이다. 캐고 또 캐 봐도 별것 없다. 그저 사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책의 작가는 이렇게 적었다.

‘삶에 시련이 오고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중년의 가슴에서 뜨거운 열정이 사라지지 않기를, 삶에 대한 헌신이 사라지지 않기를…’.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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