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그동안 12경으로 관리해온 천안의 관광자원을 8경으로 재선정했다.
천안시는 천안 대표관광자원 재선정을 위해 실시한 시민과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선정위원회 최종심의를 거쳐 ‘천안 8경’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기존 12경은 천안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내세우고 활용하기에 적절치 않은 곳이 있다는 시민여론을 반영해 천안의 대표성, 상징성, 경관 및 문화·역사의 우수성, 보존가치, 대중성 및 활용성 등 항목 평가를 거쳐 8경으로 정비를 마쳤다.
선정된 천안 8경은 △1경 독립기념관 △2경 유관순열사사적지 △3경 천안삼거리공원 △4경 태조산 왕건길과 청동대좌불 △5경 아라리오조각광장 △6경 성성호수공원 △7경 광덕산 △8경 국보 봉선홍경사갈기비이다.
독립기념관과 유관순열사사적지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기록한 민족의 성지로, ‘천안은 애국충절의 고장’이라는 자긍심과 시민정신을 드높이는 관광자원으로 평가받아 1경과 2경으로 각각 선정됐다. 특히 독립기념관에서는 2023년 천안 K-컬처 박람회를 시작으로 2026년 K-컬처 세계박람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재개발사업을 통해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근린공원으로 새롭게 재탄생할 ‘천안삼거리공원’은 삼남의 관문 역할을 했던 명성에 비해 볼 것이 부족했으나 앞으로 준공되면 역사적 상징성과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천안도독부를 세운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태조왕건기념공원 조성 및 콘텐츠를 개발중인 ‘태조산 왕건길’은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고, 태조산 각원사에 위치한 동양 최대 불상인 청동대좌불은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제작돼 45년 넘게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어 앞으로도 다양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아라리오조각광장은 데미안 허스트, 코헤이 나와, 수보드 굽타 등 현대 미술계 거장들의 대형작품이 즐비한 곳이다. 국내외 미술가들 사이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장소로 유명한 이곳은 산업도시 천안에 문화와 예술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성성호수공원은 지난 4월 말 준공돼 시민들에게 친환경 힐링 수변공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시는 한국예총, 한국미협과 성성호수공원 인근 문화예술복합시설(아트센터) 조성 및 다양한 행사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고품격 예술공연과 미술전시회를 연중 개최할 예정으로 더욱 많은 관광객의 방문이 전망된다.
광덕산은 설경뿐만 아니라 단풍, 일몰 등 사계절 절경 및 다양한 보물과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단연 선정됐다. 봉선홍경사갈기비는 천안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국보이자 역사·문화 유산으로 상징성, 보존성 등 앞으로의 활용가치를 인정받았다.
시는 앞으로 각종 매체를 통해 천안 8경 홍보 및 투어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등 다양한 관광 마케팅에 활용할 계획이다.
박상돈 시장은 “천안을 대표하는 ‘천안 8경’뿐만 아니라 다른 우수한 관광자원을 연계해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천안만의 매력적인 요소를 담은 관광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꾸 바뀌어야 하는가?
천안시가 관광자원의 대표성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우선으로 ‘천안12경’을 운영한 것은 2009년도부터이다.
당시 12경은 ▷1경 천안삼거리 ▷2경 독립기념관 ▷3경 유관순열사사적지 ▷4경 아라리오 광장 ▷5경 병천 순대거리 ▷6경 태조산 각원사 ▷7경 광덕산 설경 ▷8경 천안종합휴양관광지 ▷9경 왕지붕 배꽃 ▷10경 입장 거봉포도마을 ▷11경 흥타령춤축제 ▷12경 천호지 야경이었다.
백석문화대학 충남문화관광혁신사업단이 용역을 맡아 2008년 12월 최종용역보고회를 할 때만 해도 ‘천안8경 선정에 관한 연구’였다.
당시 마지막 조율에서 “다른 곳들처럼 8경에 맞출 필요는 없다”는 입김이 커지면서 갑자기 ‘천안12경’으로 결정됐다. 공든 탑이 아니어서인가. 당시 9경(왕지붕 배꽃), 10경(입장거봉포도마을), 11경(흥타령축제), 12경(천호지 야경)은 이번 8경에 모두 제외됐다. 또한 5경 병천순대거리와 8경 중앙공원(천안종합휴양관광지 내)은 최근에 개발완료된 성성호수공원과 국보(봉선홍경사갈기비)에 밀려 8경에서 아웃됐다.
‘천안관광지로 활용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천안시가 ‘천안8경’으로 줄이고 바꾼 데에는 아쉬움이 크다. 왕지붕 배꽃이나 흥타령축제, 천호지 야경, 중앙공원 등이 처음부터 활용이 부적절했던 것인지 시가 노력을 다하지 못했던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병천순대거리조차 마을을 이쁘게 단장하고 꾸민다면 자격여건에서 미달될 리 없다. 만약 처음부터 미달되는 것을 뽑았다면 ‘천안12경’의 미흡을 먼저 이야기했어야 한다.
원칙없이 한번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또다시 바뀔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천안을 상징하던 ‘횃불낭자’와 ‘패스트천안’도 바뀌었다.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천안의 대표이미지로 녹아내릴 줄 알았던 것들이 10년을 넘기기도 어렵다. 지금의 ‘천안8경’도 성성호수공원처럼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또는 기존의 8경에서 활용도의 문제를 남긴다면 바뀔 여지가 높다.
천안시 문화관광과 담당팀장은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8경이 다시 추가돼 12경이 될 수도 있고, 내용물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곳도 그런 예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천안8경’이 자연경관으로서든, 역사·문화적 중요성을 가지든 하나의 주제로 선정되는 것과 가급적 고정불변한 것을 지향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은 어떨까. 고정은 고정의 것으로, 변화는 변화의 것으로 구분해 담아내는 것이 운영의 묘는 아닐지 담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