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인 전바협 충남지부장의 바둑인생초등학교 3학년인 장혁순군.
그에게 있어 아빠는 바둑의 사부이자 친구다. 바둑 적령기인 6살 때 배우기 시작한 장군은 현재 아마초단 실력. 바둑 꽤나 둔다는 사람들도 그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아마 5단인 아빠와의 대국. 부자간에 양반다리 하고 맞두는 폼이 의젓하고 진지하다.
바둑돌 소리만이 정적을 깨지만 그들 부자는 수만 번 무언의 대화가 오가며 바둑 삼매경에 푹 빠져버린다. 옆에서는 9급 엄마와 이제 막 바둑돌을 만지는 연수(5)양이 훈수꾼으로 있다.장석인(40·두정동 명인바둑) 전국바둑교실 충남지부장이 들려주는 관내 어린이 바둑교실은 10개 안팎으로 6백여명이다. 이 중 한국기원 산하단체인 전국바둑교실협회 소속은 천안 4곳을 포함, 충남에 총 9곳이 자리잡고 어린이 애호가를 양산하고 있다.
“6살에서 8살 정도에 바둑의 이치를 깨달으면 좋아요. 특히 두뇌개발과 집중력, 인내력에 뛰어나다”는 장 지부장은 가족간의 화목도 오롯하다고 귀띔한다.이런 장점으로 바둑팬은 증가하고 있지만 ‘삐뚤게’ 가고 있지는 않은가 우려도 낳고 있다.
“인터넷상의 발전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만남을 통한 대국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거예요. 바쁜 일상에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은 애호가들을 중독시키고 있습니다.”
오로바둑, 세계사이버기원, 대쉬바둑, 넷바둑 등 가상공간에 펼쳐진 바둑세계의 서비스는 만점. 그곳에는 자기가 두고 싶은 대국자와 곧바로 둘 수 있고 초침까지 재주는 등 정확한 바둑룰을 적용할 수 있다.
장 지부장은 이런 유·무료 바둑사이트가 수십 개에 이른다고 밝힌다.현실세계에서는 이런 바둑공간이 ‘기원’ 밖에는 없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있어 기원은 언제부턴가 어둡고 음침한 곳으로 비춰지고 있다.
“일부 기원의 몇몇 사람들이 내기바둑을 두는 때문이죠. 기원을 가고 싶어도 이같은 부담감으로 발길 돌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이 충분히 보충해주고 있어 더욱 ‘골방바둑’에 익숙해져 버렸죠.”장 지부장이 꿈꾸는 건 많은 애호가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는 바둑이다. 심심해 집밖에 나오면 벤치나 휴식공간에 바둑두는 이들이 손짓하는 일상 생활체육으로 접목돼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원도 남녀노소가 쾌적한 환경 속에서 건전하게 어우러지는 곳이면 금상첨화다.
“지난해 충남바둑협회가 구성됐어요. 곧 천안지부도 결성될 테고, 그러면 갖가지 이벤트 행사도 열릴 겁니다. 대한체육회 임의단체로도 가입된 상황에 전국체전이나 올림픽 등에도 정식 체육종목으로 들어가는 일도 초읽기입니다. 그동안 바둑대회 등이 전무했던 천안에 새로운 바람이 불겠죠.”
어릴적 어깨넘어 배우다 중학교 때 책이다 기원이다 쫓아다니다 대학 때는 바둑동아리로 이어졌다는 장 지부장. 건축을 전공했으나 시사만화가로서 인생을 설계, 활동해오는 그에게 바둑은 빼놓을 수 없는 또하나의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