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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찔릴 것 같은… ‘청수동 쥐엄나무’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한 데다 뱀장어처럼 생긴 열매껍질들, 기괴해

등록일 2022년11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 청수동 법원 근처엔 기괴한 나무가 있다. 나무둥치에 고슴도치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듯한 가시덩어리를 갖고 있다.

가시의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콩처럼 달린 열매껍질들은 흡사 낚싯줄에 걸려 몸부림치는 뱀장어들 같다. 이름조차 평범치 않은 ‘쥐엄나무’다. 쥐엽나무, 주엄나무, 주염나무로도 불리는데, 공식표준명칭은 ‘주엽나무’다.  

나무에 가득한 가시를 보니 문득 한 인물이 생각난다. 어릴 때 당한 폭력과 이루지 못한 사랑이 분노로 변하여 주변인을 괴롭히던 『폭풍의 언덕』 주인공 히드클리프. 죽음마저도 사랑을 막을 수 없다는 듯 무덤에서 사랑하던 여인의 시체를 꺼내 끌어안고 통곡하다 미쳐서 죽었다. 가시를 세우고 공격하던 그처럼 나무도 독을 품고 있나? 
 

가시를 내는 나무는 대체로 잎과 어린 가지의 맛이 좋다. 초식동물의 좋은 먹이가 되니 방어를 위해 나무가 어릴 때는 가시를 낸다. 그러다가 동물들이 먹을 수 없을 만큼 충분히 자라면 가시를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천리포수목원의 이란 산 ‘가시쥐엄나무’는 낙타의 키 높이만큼 가시를 낸다. 가지의 변형으로 된 쥐엄나무는 둥치가 어른의 한 아름도 더 될 만큼 큰데도 가시가 계속 생긴다. 

우리나라 산골짜기나 야산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쥐엄나무라니, 성경을 잘 아는 이들은 누가복음 속 탕자가 먹은 열매인가 궁금할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쥐엄나무는 우리나라 쥐엄나무와 조금 다르다. 히브리어로 ‘하루브’, 중동에선 캐롭(carob), 영어로는 캐럿(carat)이라 하는 성경 속 나무가 우리나라 쥐엄나무와 비슷하다 보니 그리 번역한 것이다. 
 

중동에선 캐롭(쥐엄나무)이 흔한 나무다. 당분이 많고 영양가가 높아 시럽이나 죽으로도 애용한다. 초콜릿색 큰 콩 모양의 열매 안에 작은 씨앗이 들어 있는데 0.2g이다. 이것의 무게가 일정하여 무역이 왕성하던 시기에 무게를 재는 기준이 되었는데, 다이아몬드 결혼반지 무게가 궁금할때 묻던 그 캐럿이다. 

한방에서 쥐엄나무 가시를 조구등, 조각자로 치풍 살충제에 쓰고 열매를 조형자라 하여 구완와사, 두통, 기침, 피부질환에 쓴다. 가을에 갈색으로 된 열매껍질을 씹으면 단맛이 난다. 그러나 독성이 있어 너무 많이 먹으면 병원에 실려갈 수 있다. 쥐엄나무 열매를 달인 물로 목욕하면 때가 잘 씻어진다. 전쟁 때 군인들이 비누가 귀하면 열매를 짓이겨 비누를 대신했다. 
 

탈무드에는 쥐엄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 젊은이가 길을 가다가 호호백발 노인이 쥐엄나무 씨를 심고있는 것을 보았다. 젊은이가 노인에게 “70년이 되어야 열매가 달리는데 노인께서 나무를 심으십니까?”라고 물었더니 노인 왈,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씨를 심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남이 심은 쥐엄나무 열매를 먹었으니 나도 남을 위해 씨를 심어야 훗날 내 자식, 또는 그 자식의 자식이 이 나무열매를 먹으며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겠소.” 이 말을 들은 젊은이가 얼마 가지 않아 지쳐서 숲속에서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어느새 70년이 흘렀고 그때 노인이 심어놓은 쥐엄나무엔 열매가 가득 달려 있더란다. 

청수동의 쥐엄나무도 열매를 달았으니 70년이 넘었을까?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쥐엄나무 열매를 비누 대신 써봐? 잎이 연해서 나물로 먹는다니 나물맛도 볼까?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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