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1일, 천안 청수동 호수공원 야외공연장 옆에 노란버스가 하나 둘 서더니 아이들이 내린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미리 깔아놓은 매트에 책가방을 줄줄이 세워놓고 야외무대 앞에 모였다. 즐거운 노래에 맞춰 이리저리 몸을 푼 아이들은 하늘로 두 손을 올려 함성을 지른다. “야! 운동회다.”
모인 아이들은 천안청당예술유치원생 250여 명이다. 심현옥 원장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운동회를 열게 되어 기쁘다”며 학부모님과 함께 하는 활동은 내년에 독립기념관에서 할 예정이란다.
부모들은 함께 뛰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운동하는 아이들을 사진에 담기 바쁘다.
무대 앞에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 입장한 아이들은 태극기를 앞에 놓고 애국가를 힘차게 불렀다. 응원가도 목청껏 부른다. 소리가 적다는 선생님 말씀에 소리만 한껏 높여 노래를 부른다.
청수동 호수공원의 축구장 인공잔디에선 달리기가 이어진다.
1등을 위해 무릎을 굽힌 아이부터 먼저 출발하는 아이까지, 달리기에는 늘 긴장이 있다. 철망 밖에서 구경하는 엄마들도 손에 땀이 난다. 엄마는 입에 손을 모아 맘껏 응원한다. 목소리는 빠르게 쉬어간다.
야외무대 앞에선 빨간색과 청색의 공이 굴러간다. 아이들보다 공이 크니 아이들은 돌아야 할 장애물이 안 보인다. 멀리 굴러간 빨간 공을 다시 잡아 굴리느라 애를 쓰는 사이 청색 공이 먼저 들어왔다.
긴장한 탓인지 어떤 아이는 배가 아프다고 쪼그리고 앉고 또다른 아이는 머리가 아프다고 선생님을 부른다.
작은 공을 주워서 어느 팀이 바구니에 많이 넣나 시합도 하고 줄다리기도 한다.
매트에 앉아 쉬기도 하면서 아이들이 노는 동안 부모는 물론 주변의 주민들도 햇살을 즐기며 함께 즐거워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풀려 아이들과 마음껏 뛸 날이 금방 올 것이란 기대를 하며 호수공원을 돌아본다.
여름에 연못을 가득 덮던 연잎은 줄기가 꺾였고, 버드나무 줄기도 노란색을 입고 바람에 흔들린다. 간간이 벚나무 잎이 붉었다.
작년에 심은 은목서가 작고 하얀 꽃을 몇 개 피웠다. 아이들 함성을 듣는 호수공원, 등에 닿는 가을햇살이 더욱 따사롭게 느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