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기운, 양명직, 구본광, 심석규, 김상철, 조현용, 유재갑, 오창석.
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들이 모였다. 8명이 모인 21일(월) 충무병원 앞 충무로 교회 벧엘관에서의 첫 모임, 약간(?)의 어색함 속에서도 하나씩 들고있는 색소폰이 무언의 친근함을 전해주고 있었다. 이들의 색소폰 경력은 두달부터 30년까지, 20년의 나이차보다 다양하다.
모임을 주관한 이는 대학 전공의 김상철씨(34). 안양 윈드 오케스트라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그는 2년전 천안으로 이사와 ‘색소폰 앙상블’ 관심이 높던 차였다. 오창석(31)씨는 아산 시립합창단과 인연을 갖고 있던 김씨 권유로 색소폰을 시작했다. “학교때 부전공으로 클라리넷을 배웠어요. 상철 선배 때문에 클라리넷을 팔고 색소폰을 장만, 새롭게 도전하게 됐죠.”
양명직(34), 유재갑(31), 조현용(25)씨는 두달 전부터 강사를 섭외, 그들만의 방식으로 배우던 차였다. 조현용씨는 색소폰 소리가 좋아서 인터넷 동아리도 물색, 의욕이 높다.
고등학교때 밴드부 경력이 30년 동안 이어진 구본광(46)씨도 있다. 라이브 민속주점을 운영하는 그는 “한동안 색소폰을 놓아 제대로 실력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향수에 젖는다. 여기에 사랑의 호스피스 회장을 맡고 있는 심석규씨가 악기를 들고 나타났다. “얼마전 길을 가는데 플래카드가 걸려있지 뭐예요. 그동안 음치 놀림을 받던 터라 눈에 번쩍 띠었죠. 색소폰을 분다면 만회되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심씨는 색소폰과 호스피스가 어울리면 좋겠다는 바람도 꺼냈다. “생명의 끝머리에 있는 호스피스 환우들에게 음악 치료는 절실합니다. 임종을 맞는 상황에서는 모두들 침울하죠. 그곳에 음악이 있다면 떠나는 이와 보내는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겁니다.”
이기운(37)씨는 “바쁜 일상에 쫓기며 스트레스도 쌓이던 차, 색소폰으로 여유도 찾고 스트레스도 해소코자 배우게 됐다”며 즐거워한다.
첫 모임이지만 사부와 제자의 관계가 자연스레 나눠졌다. 김상철씨와 구본광씨가 가르치는 입장에서 무게가 더해졌다. 색소폰 연주는 근본이 구슬픈 것 아니냐는 물음에 ‘싸부’ 김상철씨는 “편견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일반인들에게 익히 알려진 몇몇 연주 분위기가 그럴 뿐 실제는 명랑, 쾌활한 곡들도 많다”고.
색소폰 값은 60만원부터 시작해서 보통 100만원이면 괜찮은 색소폰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모이는 장소는 충무로 교회와 월·화·목·금 저녁 8시부터 10시. 3일은 각자, 하루는 앙상블로 화음을 낸다. 초보자라도 두달 정도면 괜찮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김상철씨. 그는 “올 연말 정도에 우리들의 첫 연주회를 갖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제 시작입니다. 여러 소리가 화음으로 어우러지는 앙상블에 관심있는 분들은 우리를 찾아주세요. 정말 멋진 앙상블을 이룰 겁니다.”
문의: ☎017-422-3614, 017-41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