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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없는 거야.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동석이의 이야기편을 보고

등록일 2022년09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

“지금, 너랑 한라산 가는 지금.”

『우리들의 블루스』란 드라마 속 대화다. 드라마가 아닌 보통 일상 속의 아이는 엄마 곁에서 밤새 잠을 자고서도 아침 준비하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긴다. 엄마도 자식과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 자식이 성장해도 자주 보고 싶다. 밥도 자주 먹고 그 자식의 아이들이 크는 것도 보고 싶다.

드라마는 그러지 못하는 주인공을 보여 준다.

동석이 엄마 옥동이다. 남편과 딸이 바다에서 죽은 후 남편의 친구에게 첩살이 간다. 제 친구 집이기도 한 그 집으로 안 가겠다는 아들의 뺨을 후려쳐 입을 막는다.

아들이 밥을 굶지 않고 학교도 다니려면 누구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다. 본처의 자식들에게 시퍼렇게 얻어맞은 몸을 엄마가 보라는 듯, 아들이 옷을 들춰도 말없이 돌아선다.   

울울한 소나무 숲에 떨어진 소나무 씨앗은 간신히 싹을 틔우지만, 둥치를 키울 수도 가지를 마음껏 벌리고 자랄 수도 없다.

키만 훌쩍 자란 나무는 태풍이라도 부는 날에는 둥치 큰 옆의 나무에 가지가 부러지고 상처가 난다. 부딪칠 때마다 쩡쩡! 울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자란 아들이 엄마가 암으로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고야 엄마에게 왔다. 엄마에게 원망만으로 살아온 아들이지만 엄마의 죽음 앞에선 아들의 마음은 찢어지듯 아프다.  
 


아들은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함께 한라산을 오른다. 눈보라가 치는 산에 아픈 엄마는 더 오를 수 없다.

아들은 꽃 피는 봄에 다시 오자며 엄마를 내려 보낸다. 아들만 올라가 영상으로 보여주는 한라산을 보고 엄마는 아들이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인다. 집에 온 아들은 가장 먹고 싶었던 엄마의 된장찌개를 먹다가 엄마의 주검을 안고 오열한다.

나도 오열한다. 엄마에게 해 드린 것이 없이 엄마가 가셨다.

19살에 첫아들 낳고 23년 만에 나를 낳으신 엄마는 3개월 동안 하혈하다가 간신히 살아나셨다. 엄마의 피와 거친 살을 베어 먹고 자란 나는 껍질만 남은 엄마의 자랑이었다.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은 딸은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자마자 결혼해서 훌훌 떠났다. 땡볕에서 붉은 고추를 따느라 목에 두른 수건이 다 젖어도 엄마의 땀을 닦아드리지 못했다.

옥색 치마저고리 입은 엄마가 곱다고만 했지, 양장 한 벌 못 입혀드렸다. 언제나 내 아이들 내 남편 내 직장이 우선이었다. 
 


주인공 동석은 누나에게 말빚을 지고 있다. 누나와 밥을 먹다 싸운 후 내일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누나는 그날 바다에서 물질하다 죽었다. 

일흔이 넘은 엄마는 안 하시던 말씀을 하셨다. 가끔 찾아뵈면 보고 싶으니 자주 오라고 하셨다.

자주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선 내 일이 급했다. 내가 얼마나 바쁜 줄 아느냐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엄마는 늘 기다려주는 존재, 늘 곁에서 나를 지켜주는 존재로 있었다. 잃어보니 생명이 있는 것은 기다리지 않고 간다. 마지막 날도 그랬다.

“엄마, 오늘 토요일이니 내일까지만 참아요. 월요일에 병원 모시고 갈게요.” 

말을 못 하시는 엄마는 눈물만 주르르 흘리셨다. 그리고 월요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가셨다.
 


자주 엄마가 그립다. 엄마의 나이를 살 때마다 내 나이 때의 엄마를 생각한다. 유투브를 보다가 ‘엄마가 딸에게’란 노래를 들었다.

나는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 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가슴속을 뒤져 해 줄 말을 찾는다는 엄마의 노래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너의 삶을 살아라,” 

“나의 삶을 살게 해 줘.”라 딸이 답한다. 

사회가 급하게 변하니 그 변화를 쉽게 따라갈 수도 없고 아이들에게 사는 방법을 알려 줄 수도 없다. 그저 민들레 씨앗이 바람에 날려 떨어진 곳에서 민들레로 살 듯 ‘너의 삶을 살아라.’란 말을 하고 싶다.

한마디 더 한다면 내일은 없다. 오늘 할 말을 아끼지 말고 사랑하면 사랑한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아이처럼 말하며 살라 말하고 싶다.

내일은 없다. 오늘을 마지막처럼 신나게 산다.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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