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익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과
수면무호흡은 수면 중 상기도의 완전(무호흡) 또는 부분적(저호흡) 폐쇄로 인해 호흡이 멈추거나 호흡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그로 인해 산소포화도가 감소 되고, 수면 중 교감신경이 증가해 혈압과 맥박이 상승한다. 당연히 수면의 질이 떨어져 자고 나도 개운할 수가 없다. 기상 후에는 두통, 주간졸림, 피로, 이유 없는 기분 저하나 집중력 저하와 같은 여러 불편한 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나빠진다. 치료를 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면 뇌졸중을 포함한 심뇌혈관계 질환 발생위험이 증가된다. 특히 졸음운전을 유발하고, 각성 및 수행능력을 감소시켜 교통사고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킨다.
심각한 사회문제 ‘졸음운전’, 현실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과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졸음쉼터 설치, 사업용 운전자의 근로여건 개선 및 안전교육 강화, 차량 내 안전 장비 설치 등의 방안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이 졸음운전 교통사고의 위험인자이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그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회적 관심은 부족한 현실이다. 당연히 운전자, 특히 사업용 운전자에 대한 수면무호흡의 선별, 치료 및 관리 수준 역시 ‘미흡’하다.
사업용 운전자의 졸음운전 위험성↑
사업용 운전자의 졸음운전 예방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사업용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대형사고의 가능성이 높고, 사고로 인한 치명적인 부상 및 사망의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사업용 운전자는 비만, 음주, 운동 부족, 건강에 해로운 식생활 등 폐쇄수면무호흡의 위험인자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업용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폐쇄수면무호흡 고위험군의 빈도가 35.5%였다. 대조군의 12.2%보다 유의하게 높았고, 폐쇄수면무호흡의 고위험군이 될 가능성도 3.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압기 치료, 졸림운전 예방 효과
수면무호흡 환자에게 흔히 코골이가 동반되는데, 코골이가 있으면서 두통, 피로를 포함해 다양한 신경과 질환 및 증상이 함께 있거나, 졸음운전 경험이 있으면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검사를 통해 단순 코골이인지 수면무호흡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중등도 이상의 수면무호흡환자는 양압기 치료가 추천된다. 양압기 치료는 심뇌혈관 질환의 예방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주간졸림을 개선함으로써 교통사고 발생률을 크게 낮춰 준다.
무호흡-저호흡 20회 이상이면 치료를
운전 관련 폐쇄수면무호흡의 선별, 진단, 치료에 대한 대표적인 국제지침이 있다. 2012년 미국에서 자동차운송업체 안전자문위원회(MCSAC)와 의료심사위원회(MRB)가 공동으로 제안한 권고사항이다. 사업용 운전자의 운전 적합도를 결정하기 위해 개발된 지침이다. 수면시간당 무호흡-저호흡 횟수가 20회 이상의 폐쇄수면무호흡은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시간당 20회 미만이면서 과다 주간졸림이 없거나, 폐쇄수면무호흡이 효과적으로 치료되고 있는 경우엔 운전 적합이다. 만약, 운전자가 졸음운전이나 그로 인한 교통사고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 폐쇄수면무호흡이 진단된 운전자는 양압기 사용을 최소 하루 4시간 이상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운전 여부는 치료 순응도에 따라 결정된다.
보험혜택으로 검사 및 치료 비용부담↓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수면다원검사 및 양압기치료가 건강보험급여에 포함되면서 수면무호흡 진단 및 치료의 비용부담이 크게 경감되었다. 따라서 운전자, 특히 사업용 운전자에 대한 수면무호흡의 선별, 치료 및 관리에 대한 개인 및 사회적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해 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양압기 사용에도 불구하고 주간졸림을 호소하는 수면무호흡환자들을 위한 각성촉진제 처방은 아직 기면병에만 제한되어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기면병 외에도 수면무호흡, 교대근무자들에게 처방을 승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또한 하루빨리 건강보험급여에 적용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