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는 견고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근거지를 일컫는 말로 ‘어금니 아’자를 써서 아성(牙城)이라 부른다. 천안시의원(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이같은 아성이 존재한다.
정당에서 ‘가’번을 받으면 무조건 당선이다. 가번의 위력은 유권자를 모두 합쳐놔도 이길 수 없다. ‘절대반지’ 만큼의 힘을 가진 가번. 이쯤 되면 시의원이 되고자 하는 천안정치인이라면 ‘가’번을 받을 수 있는 정당공천에 사활을 건다.
그리고 이번 6.1지방선거에서도 두명씩 뽑는 11개 선거구(세명 뽑는 선거구 2군데 포함)에 더불어민주당 가번, 국민의힘 가번이 100% 뽑혔다. 이중 두곳이 무투표당선됐고, 나머지 세명을 뽑는 선거구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나’번 한자리씩 나눠가졌다.
이처럼 2명씩 뽑는 중대선거구에 거대양당체제는 기막히게도 ‘변수’를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유권자가 나번도 뽑고 무소속이나 소수정당도 뽑을 수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기본적으로 거대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당원세력’이 막강하다.
이번 선거는 선택권을 ‘뺏긴’ 선거구도 2곳이나 존재한다. 나선거구(중앙동·일봉동·신안동)와 아선거구(백석동)가 그들이다. 이곳은 유권자들의 참정권이 무너졌다. 두명을 뽑는 선거구에 두명만 나왔으니 ‘무투표당선’으로 처리된 것이다.
일부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의 자격여건을 묻는 투표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다 자격미달이라도 되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에는 ‘비용과 인력낭비’의 우려로 또다른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이번 천안시의회 제9대 의회는 국민의힘 14명과 더불어민주당 13명이 의정활동을 하게 된다. 지역구 당선은 12대 12로 동수를 이뤘지만 비례대표 3석에서 다수표를 받은 국민의힘이 2석을 가져가게 됐다.
누구는 ‘절묘한 배분’이라 했다. 다수당의 횡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다른 누구는 힘의 우위가 나지 않으면 박터지게 싸우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제8대 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15석인 반면 국민의힘이 9석을 차지했다. 당연 당색을 드러낼땐 절차상 민주당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렀다.
1석의 차이를 놓고 이번 9대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