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 밭에 나가면 쉴 틈이 없다.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 모종을 심고 물을 주었다. 2주 전에 심은 완두콩이 나도 물을 달라고 애원한다. 비가 왔어도 하우스 안의 작물은 빗물을 먹을 수 없다. 일일이 호스를 들고 물을 줘야 한다.
마당 가에 심은 수선화는 바람에 한들거리고 함박꽃도 움쑥 꽃대를 올렸다. 매발톱꽃도 보랏빛 꽃봉오리를 불리고 있다. 꽃밭에 꽃만 하늘거리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저기 쇠뜨기 풀이며 갈퀴나물과 망초가 자리를 넓히고 있다. 그들을 뽑아내지 않으면 금방 씨앗을 퍼뜨려 꽃밭인지 잡초밭인지 구분이 안 된다.
일을 한바탕 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 이것저것 요리하고 상을 차려서 먹을 새가 없다. 얼른 불에 냄비를 올리고 라면을 끓이려다 후다닥 밖으로 나왔다. 두릅과 참죽나무 순이 생각나서다. 한 움큼 따서 끓고 있는 라면에 넣었다. 무슨 맛일까?
참죽나무 순은 기름기가 있는지 맛이 고소하고 깊다. 먹은 후에도 입 안에 특유의 향이 그득하다. 두릅은 강한 향은 없으나 라면 수프가 배어 맛이 좋다. 금방 잘라온 파도 숭숭 잘라 넣었으니 봄이 선물한 최고의 라면이다.
참죽나무는 참중나무, 쭉나무라고도 하며 한약명으로는 춘백피(椿白皮)라 한다. 비슷한 식물로 가죽나무가 있다. 죽순처럼 순을 먹는다고 해서, 또는 중들이 먹는 진짜 나물이라 해서 명명되었다.
▲ 참죽나무순.
어린 잎으로 쌈을 싸먹거나 데쳐서 무쳐먹는다. 밀가루나 달걀을 씌워 전을 부쳐도 맛있다. 어린순을 살짝 데쳐서 걸쭉하게 쑨 찹쌀풀을 발라 말린 뒤 기름에 튀긴 것이 ‘참죽튀각’이다. 어릴 때 먹어본 터라 봄이면 그리운 음식이다.
목재는 담홍색 또는 흑갈색인데 광택이 있고 결이 고와서 가공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뒤틀리거나 갈라지지 않아 악기나 가구재로 높이 친다. 책장이나 책상을 만들면 세월이 갈수록 아름다운 무늬와 색이 나와 중후한 멋을 준다.
약재로는 수피를 달여서 산후 지혈제로 사용하거나 종기 치료제로 쓰고, 뿌리는 염료로 썼다.
두릅은 땅두릅과 나무두릅이 있다. 땅두릅은 땅에서 돋아나는 것이고 나무두릅은 나무에 달리는 새순을 말한다. 단백질과 비타민C가 많고 사포닌 등이 들어 있어 당뇨병·신장병·위장병에 좋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찍어 먹는다. 데친 나물을 쇠고기와 함께 꿰어 두릅적을 만들거나 김치·튀김·샐러드로 만들어 먹는다.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서 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무공해 알칼리성 고급 영양식품이다.
라면으로 맛을 봤으니 전 맛도 봐야겠다. 살짝 데친 참죽나무 순과 두릅을 밀가루를 풀은 물에 담갔다가 얼른 꺼내어 부쳤다. 참죽나무 전은 고소하고 두릅은 담백하다.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났다.
입이 먼저 벌어진다. 봄은 마음조차 넓게 하나보다. 햇살이 좋다는 핑계로 친구를 불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