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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라는 말, 어떻게 존중해야 할까 

등록일 2022년04월1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충청남도장애인연합회가 19일 성명서를 냈다. 국민의힘은 오는 지방선거에서 ‘장애인 공천할당제’를 적극 시행해달라는 주문이다. 

그들에 따르면 장애인이 장애인의 손으로 장애인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 당헌 제86조에서 ‘여성·청년·장애인 등’이 정치적 소수자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비례대표 시·도의원 후보에 여성이 50% 이상 포함되도록 한 것과, 지방의회 청년의무공천을 명시해 이들 여성과 청년의 정계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렇다면 또다른 정치적 소수자인 ‘장애인’은 어디 있는가.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담아내 정책으로 실현해야 하는 정당의 책무다. 장애인은 언제까지 복지공급자가 공급하는 복지만을 바라보고 사는 수동적인 존재여야 하는가 말이다. 그러므로 ‘장애인 공천할당제’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면 장애인과 그 가족의 표로 매서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소수가 변질돼선 안된다 

‘소수(少數)’라는 말은 숫자가 적다는 의미다. 민주사회는 다수결의 방식을 선호한다. 전체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좀 더 많은 쪽을 만족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점심을 하려는데 한명은 국수가 먹고 싶다는데 네명이 짜장면을 원하면 짜장면집(중국집)으로 결정하는 것과 같다. 다만 국수가 먹고싶다는 친구에게는 비슷한 울면이라도 먹게 해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수를 배려했다.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숫자의 의미가 무시되고 ‘하나의 덩어리’로 취급하게 된다. 한 명의 국수는 ‘국수팀’이 되고 네 명의 짜장면은 ‘짜장면팀’이 되는 것이며, 팀간 가위바위보를 하는 식의 결정을 하게 된다. 소수에 대한 배려가 존중해달라는 것이 되고, 존중이 어느새 누려야 할 권리로 바뀐다. 

여기에 ‘비율적’이라는 방식은 그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명분을 갖게 한다. 짜장면집을 네번 가면 한번은 국수집을 가자는 논리다. 그런데 숫자로 나눠질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버스를 타야 한다면 어찌 될까. 비장애인 50명이 이용할 때 한명의 장애인이 이용한다면 49대는 그냥 버스, 1대는 장애인 탑승용 리프트가 있는 버스를 구비해야 할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있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장애인도 있다.

소수를 구분하면 어디까지 해야 할 지도 고민이다. 정당에서는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으로 구분했지만 ‘등’에는 수많은 소수가 존재한다. 그들은 여성, 청년, 장애인들이 상대적으로 다수에 속해 부럽다고 한다. “우리같은 소수도 여성, 청년, 장애인처럼 권한을 달라”고 주장하지만 아직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리지는 않는다. 아마 민주사회로 더 진행될수록 여성, 청년, 장애인 뿐만 아니라 더욱 세밀하게 구분되고 주장될 것이다. 

또한 소수의 입김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사람을 장애유무와 관련해 구별하다 보니 일반인과 장애인으로 구분했었다. 이제는 장애인이 중심이 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되었다. 남녀로 구분해온 개념에서 이제는 ‘젠더’라는 말이 생겨났다. 어느샌가 남·녀라는 말이 금지어로 바뀌고 있다. 
 

노·사가 각각 비판받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그들의 행동으로부터 각각 비판받는 사회는 과연 어느 한쪽만의 문제일까. 서로에게 개선이 필요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논쟁 속에 명심할 것은 무엇보다 배려든 권한이든 기본적으로 ‘자격요건’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을 높이고 맞추기 위해 ‘여성배려’를 규정화하다 보니 ‘공정’이 깨졌다. 간부급 여성공무원을 만들기 위해 앞선 남성경쟁자들이 고배를 마시며 희생돼야 했고, 공적부문의 각종 위원회 등에 여성비율을 맞추려다보니 정작 심의가 약해졌다. 누구는 “능력 위주의 업무를 수행해야 할 곳이 친목모임이 된 듯하다”는 푸념도 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육성’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본 자격선은 두고 가자. 우리사회가 바르게 가려면 한쪽은 ‘배려’를, 다른 한쪽은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 도움을 생색내듯 해서도 안되지만 당연한 것으로 주장해서도 안될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니 문제도 많을 것은 인지상정이다. 문제가 많아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바르게 풀어갈 것이냐가 진정 문제다.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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