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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이 구름처럼 피었습니다

천안 성환 왕지붕배꽃, 흰눈으로 뒤덮인 세상처럼

등록일 2022년04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벚꽃 보러갈까 배꽃 보러갈까?”

“배꽃”
 

코로나로 답답했던 마음은 작은 풀꽃만 봐도 미소가 번진다. 이젠 몸도 마음도 바람처럼 휘젓고 다니고 싶다. 이럴 때 밖에 나가자는 친구의 전화는 백번이라도 좋다. 코로나를 겪고 나니 외출하는 마음이 조금은 가볍다. 
 

배를 말하면 ‘성환’이다. 봄날을 즐기러 떠나는 마음이 붕붕 달리는 차처럼 가볍다. 왕지봉 배꽃은 천안12경 중 하나가 아닌가. 벚은 꽃잎을 날리며 지고 있는데 연분홍 복숭아와 배꽃은 한창이다. 배꽃도 보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곳을 미리 검색했어도 농촌의 길 찾기는 쉽지 않다. 마침내 왔다. ‘동민목장’이다. 
 

입구에 배나무가 반긴다. 나무 전체가 다 꽃이다. 한 발 내리면 아래가 배 밭이다. 활짝 만개한 배밭은 흰 눈이 덮은 듯 눈부시다. 꽃이 피었으니 벌들 소리가 잉잉거려야 정상이다. 그런데 벌의 날갯소리를 들을 수 없다. 대신 모자와 마스크를 쓴 이들이 긴 봉을 들고 꽃을 툭툭 건드린다. 벌의 일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일손이 부족해서 봉사자를 찾는데 꽃구경한다고 왔으니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도 오랜만에 날을 잡아 온 것을. 
 

천안 성환의 배가 유명한 것은 배수가 잘 되는 토양 때문이란다. 색은 선명한 황갈색에 껍질이 얇다. 그래서 과육이 연하며 달다. 배 맛을 생각하며 배꽃에 취해서 사진을 찍다가 차를 주문했다. 예전에 쓰던 건물을 카페로 바꾸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너른 배밭을 내려다 볼 수 있다. 꽃이 지천이니 밖에서 차를 마셔야 차 맛이 더 좋지 않을까.

차를 들고 정원을 둘러본다. 한쪽 벽엔 예전에 쓰던 농기구가 전시되어 있고 정원엔 연자방아며 돌절구 등 볼거리가 많다. 

아직도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고 탱자는 하얀 봉오리를 막 열려고 한다. 탱자꽃만 보다가 나무둥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울타리를 만드느라 심은 탱자나무를 주로 보았는데 둥치가 굵다. 친구는 모과나무 둥치에 막 피려는 모과꽃을 찍고 있었다. 나무와 돌을 구경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정겹다. 다른 곳에서 배농사를 짓는 친구가 생각났다. 

“얘, 배 하나를 수확하기 위해서 손이 백번은 간다.”

‘그래, 그 손길 덕에 맛난 배를 먹고 이렇게 멋진 나무에 가득 핀 배꽃 구경을 한다.’ 속으로 그녀에게 감사의 말을 하며 꽃 사진을 정리했다. 그녀에게 전화해야겠다. ‘일은 잘 못하지만 내가 도와주러 가도 될까?’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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