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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의 ‘전쟁’에 대하여

사상가이자 수필가 볼테르의 수필 '전쟁'을 읽고

등록일 2022년04월0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러시아로부터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엾은 민간인을 희생시키고 있다. 전쟁은 몇몇에 의해 결정되고 일어난다. 그들이 전쟁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이익’과 ‘손해’라는 주관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고통 속에서 죽은 수천, 수만의 생명도 그렇거니와 살아남은 자들에게 남겨진 전쟁의 유산은 참혹하기만 하다. 물질적 어려움은 참을 만 하거니와,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영혼을 어찌 구원하랴.

생명을 해하는 것, 그건 신만이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이며 그밖의 모든 타살(他殺)은 악(惡)일 뿐이다.  
 

프랑스 작가이며 사상가인 볼테르(1694~1778)가 수필을 통해 ‘전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람들은 그를 명쾌한 산문작가라 했다. 또한 역사가로써, 철학자로서 18세기를 가장 잘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의 수필 ‘죽음’을 일부 압축해 정리했다. 
 

기아와 페스트와 전쟁은 현세에서 가장 악명높은 세가지 성분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먹는, 그러나 빈곤 때문에 생명의 단축을 호소하지 않을 수 없는 모든 조식은 기아의 분류에 속한다. 2,3천명에게 한꺼번에 피해를 주는 유행병은 다 페스트 속에 포함된다. 이 두 개의 선물은 신이 준 것이다. 

이러한 두 개의 선물을 다 합친 ‘전쟁’은 군주나 장관이라는 이름으로 이 지상에 창궐하는 3,4백명의 공상가에 의해서 생긴다. 독일군의 병원을 보거나 큰 전과를 올린 부락을 몇 군데 지나보면 전쟁의 배후에 페스트나 기아를 수반함을 쉽사리 알 수 있다. 

논밭을 못쓰게 하고 집을 부수고 연평균 10만명중 1만명을 죽이는 것은 아마 멋진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징기스칸이나 타베르랑, 바자세의 종자보다 많은 살인용병자를 가득 데리고 간다. 추수하는 일꾼처럼 노동을 팔러 간다. 이해관계도 없고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고 서로 싸운다. 

이같은 잔혹한 전쟁에서 이상한 것은 살인자의 수령이 이웃나라를 몰살하러 가기 전에 각기 자기나라 깃발을 축복하고 엄숙하게 신에게 기도드리는 일이다. 만일 2,3천명밖에 죽이지 못한다면 수령은 신에게 감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명의 인간이 섬멸되고 다행히 어느 한 마을이라도 완전히 파괴되면 사방에서 노래를 부른다. 같은 노래가 살인 때와 마찬가지로 결혼이나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이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자연의 종교는 시민이 죄를 짓는 일을 여러번 막아주었다. 본래가 선량한 영혼은 범죄의 의지를 갖지 않고 온화한 영혼은 그것을 두려워 한다. 하나 인위적인 종교는 음모, 반역, 강도, 기습, 마을습격, 약탈, 학살 같은 잔학행위를 권장한다. 각기 성자의 깃발을 들고 죄악을 저지르기 위해 진군한다. 

수많은 설교가들이 설법을 하지마는 살인, 약탈, 강도 등 세계를 황폐케 하는 보편적 광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교도 하지 않았다. 어느 시대나 도처에서 모여진 모든 죄악도 전쟁이 한번에 빚어내는 해악과 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도학자여, 당신의 책을 불태워 버리시오. 몇 사람의 변덕이 우리 동포를 합법적으로 수천명씩 죽이는 한 영웅주의에 몸 바치는 인류의 일부는 자연 속에서 가장 추악한 존재가 될 것이다. 6백피트 되는 곳에서 쏜 반 파운드의 탄환이 내 몸을 짓이겨 5,6천의 죽어가는 군중 속에서 20살 된 나는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마지막 뜬 눈에 비치는 것은 포화에 파괴된 나의 고향. 귀에 들리는 마지막 소리는 폐허 속에서 신음하는 아녀자들의 외침.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인간의 독선적 이익 때문이라면 인정, 예절, 중용, 절제, 순종, 신앙은 어찌되며 또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인가? 


무엇보다 나쁜 것은 전쟁이 ‘불가피한 재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전쟁을 경계하지만 모든 인간이 군신 마르스를 숭배해 왔다. 유태인에 있어 사바오트는 무기의 신이다. 그러나 호메로스에 나오는 미네르바는 마르스를, 맹렬하고 비도의 잔인한 신이라 부르고 있다.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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