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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의 ‘죽음에 관하여’

<세계의 명수필>을 읽고... 베이컨의 '죽음'에 공감

등록일 2022년04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복수의 마음은 죽음을 극복하고, 
사랑의 마음은 죽음을 가볍게 여기며, 
명예의 마음은 죽음을 동경하고, 
슬픔의 마음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두려움의 마음은 죽음을 앞질러 간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공포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무서움은 학습된다.

처음 우리는 낮과 밤이 무언지도 몰랐다. 우리의 눈과 귀, 코, 입, 그리고 촉각은 어떤 면에서 위험을 예방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전하고 촉각으로 인식하게 되는 이같은 인지기능들은 나를 주변으로부터 안전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같은 기능은 양날의 칼처럼 무엇인가로부터 왜곡돼버릴 수 있다. 도둑은 눈의 기능이 상실되는 밤에 활동한다. 코로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고 입으로 전할 수 없게 되는 경험이 무섭고 두렵게 만든다. 특히 사람의 상상과 기억은 이같은 기능을 더욱 극단적으로 확대시킨다.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죽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이 있다. ‘죽을 수 없게끔’ 죽음을 끔찍한 것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은 죽지 못해 살아가야 하므로 삶에 일정한 의식적 질서를 부여한다. 맘대로 태어난게 아니듯 맘대로 죽을 수 없게 한다는 건, 어쩌면 존재에 대한 일관된 법칙이다. 다만 그럼에도 죽음의 공포가 절대적이 아니어서 삶에 또다른 활기를 준다. 정해진 규정 속에서 갇혀산다면 존재는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베이컨은 사람이 죽음과의 싸움에 이길 수 있는 많은 부수적인 것들을 그의 주변에 갖고있는 이상 죽음은 그토록 무서운 적이 아니라고 한다. 복수, 사랑, 명예, 슬픔, 두려움 등은 ‘죽음’이라는 자체를 초월한다. 또한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에게는 죽음이 접근해와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다고 말한다. 베스파시아누스는 의자에 앉은 채 ‘나는 하느님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익살을 부리며 죽었던 것처럼. 

베이컨은 “스토아 학파의 철인들이 죽음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그래서 죽음을 한층 두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인생의 종말이 자연의 은총임을,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임을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이 총을 맞고 죽어가면서도 사랑하는 애인을 무사히 탈출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죽음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깊은 절망에 빠진 사람이 높은 곳에서, 또는 깊은 물에 추락하는 것은 죽음보다 절망이 크기 때문이다. 절망에 비하면 죽음의 고통은 하잘 것 없는 것이다. 값진 목적을 달성했을 때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는 것이다. 

베이컨은 “죽음에 또 이런 말이 있다”고 했다. 

-죽음은 훌륭한 명성에 문을 열어주고 질투의 불을 끈다. 그러므로 살아서 질투를 받던 자는 죽어서 사랑을 받으리라. -

그래, 그래서 연예인이나 그들처럼 세상에 잘 알려진 사람들이 어떤 사건에 휘말려 모진 비난을 받다가도 어떤 식의 죽음 뒤에 오로지 미화되어 추모되는 이유가 그런 것이었다. 가수 김광석이 그랬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 죽지 않았다면 미화될 이유도 없었으려나. 거기엔 상당부분 어떤 형태의 ‘질투’라는 것이 도사리고 있다. 

죽음은 생사의 절반을 지배한다. 거기에는 수많은 법칙과 비법칙이 다양한 조화를 이루며 유기체처럼 얽혀있다. 베이컨은 그중 두세가지 단면만을 꺼내 이야깃거리로 삼았을 뿐이다. 죽음 자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기에, 이런 날 이런 곳에서 잠시 화두로 삼기에는 좋은 먹잇감이다. 

 

베이컨(1561~1626)/ 영국의 철학자, 정치가, 수필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외친 베이컨은 근대철학의 선두자며 영국 경험론의 창시자다. 그는 2000년의 권위를 지켜오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법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귀납법>을 제창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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