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봄에 천안에서 동학농민혁명 125주년을 기념하여 ‘이이화선생 초청강연회’가 열렸습니다. 열강을 마치신 선생님께서 ‘천안 세성산에 기념관이 지어지면 내가 평생 모으고 보던 책과 자료들을 모두 기증하겠다’고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며칠 후에 ‘세성산기념관 한 층을 이이화도서관으로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편지를 드렸습니다. 한 달 뒤에 내려오신 선생님은 동학농민군의 격전지였던 세성산을 둘러보시고 이이화 소장자료 목록을 건네주시며 ‘동학농민혁명자료관’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뒤 선생님께서는 안타깝게 고인이 되셨고 책과 자료를 천안에 기증하시겠다는 말씀은 유언이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후학과 제자 및 천안지역 관계자들의 논의를 거치면서 선생님의 뜻을 따라서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하는 근현대역사 전문도서관을 세우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이런 논의 중에 지난 2021년 봄 1883년에 목천에서 해월 최시형 선생의 지도하에 간행된 동경대전 계미중춘판 진본이 발굴되어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 기탁되었습니다. 이 동경대전 목천판은 김찬암 선생께서 ‘때가 되어야 세상에 나갈 것’이라며 겹항아리에 넣어 후손에게 전하여 3대에 걸쳐서 보존해오다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학계 전문가들의 감정결과 국내 최고판본으로 판명되었고 학술대회를 거쳐서 현재 문화재 지정절차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 민중사학의 태두이신 고 이이화 선생님의 도서와 자료 및 동학의 경전인 동경대전 진본을 소장한 ‘동학농민혁명기념도서관’을 천안에 건립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신동엽 시인은 대서사시 금강에서 ‘천안 세성산에 북접 농민군 오천을 전위부대로 배치했다’고 읊었습니다. 천안 세성산은 우금치를 넘어 한양으로 향하던 동학농민군들이 관군과 최초로 대규모 전투를 벌인 최북단 격전지입니다. 천안지역은 동경대전을 간행하여 동학의 뜻을 전국적으로 펼쳤으며 동학농민혁명 최북단에서 그 꿈을 펼치려고 투쟁했던 자랑스러운 역사의 현장입니다.
동학농민혁명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3.1독립정신으로 승화되었고 4.19혁명과 6월항쟁으로 계승되었습니다. 우리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어 역사의 파고를 타고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천안지역은 수도권과 영호남이 교차하는 사통팔달 천안삼거리의 고장이며 독립기념관과 유관순기념관 등이 있는 독립정신의 본향입니다.
동학농민혁명과 3.1만세운동의 정신이 서려있는 평등·평화·자주의 본향이자 전국으로 소통되는 교통중심지 천안에 동학농민혁명기념도서관을 건립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고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이곳 천안삼거리에 동학농민혁명기념도서관을 건립할 것을 제안하면서 어제의 천안삼거리가 오늘의 동학삼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도서관은 동학의 맥을 잇는 동학도서관이요, 한국 근현대역사 아카이브도서관이요, 시민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열린도서관이요, 동경대전 목천판 간행과 천안 세성산전투를 기념하는 도서관이 될 것입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도서관은 동학의 뜻과 동학농민혁명의 꿈으로 역사를 기념하고 계승하며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지혜를 찾아가는 희망의 등대가 될 것입니다.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이념과 이천식천(以天食天)의 원리로 평등, 생태, 평화세상을 향한 연구와 학습과 실천의 터전이 될 것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마음과 지식의 샘터가 될 것입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도서관을 건립하는 대역사에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2022. 3. 26.
동학농민혁명기념도서관 건립추진위원회
천안역사문화연구회, 동학농민혁명천안기념사업회, 동학농민혁명천안유족회, 충남동학농민혁명단체협의회, 충북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천안민주단체연대회의, 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동학실천시민행동,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