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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원성천으로 봄맞이 가자 

봄까치꽃도 보이고 벌·나비에, 물속에선 송사리떼 

등록일 2022년03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봄은 움츠렸던 것들을 활짝 펴게 하나 보다.

기지개를 한껏 켜고 냇가로 나갔다. 천안 원성천이 용곡동을 휘도는 구간이다. 아이들도 봄나들이 나왔다. 노랑 빨강 분홍의 아이들 옷이 봄꽃처럼 반갑다.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도, 나이 든 어르신도 전동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천변에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만든 후 자주 보는 광경이다. 
 

팔을 훠이 훠이 휘두르며 걷는다. 겨울옷을 벗으니 발걸음도 가볍다. 흥얼흥얼 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눈은 냇가에 든 봄을 찾느라 바쁘다. 마른 풀 사이에 ‘봄까치꽃’이 몇 개 보인다. 아기 손톱보다 더 작은 보랏빛이다. 몇 걸음 앞에 광대나물도 간신히 분홍 꽃을 피웠다.

하얀 나비가 오더니, 노랑나비도 왔다. 벌도 날아들었다. 꽃이 작으니 벌이 꽃에 앉자마자 금방 자리를 뜬다. 그러나 초록색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가끔 소리쟁이나 갓이 눈에 들 뿐이다. 
 

냇물에선 오리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백조는 나른하게 오는 잠을 깨려는 듯 날개를 편다. 강아지가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사진에 담다 깜짝 놀랐다.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물고기가 죽어있다. 잉어인지 붕어인지 살피다가 지난가을이 생각났다. 
 

물이 많고 깨끗하니 송사리가 몰려다녔다. 우수관에서 물이 콸콸 내려오면 붕어도 잉어도 몰려들었다. 냇가엔 낚싯대를 드리운 이들도 몇 있었다.

아름다운 색의 청둥오리도 쌍쌍이 날아들던 냇물이다. 그런데 죽은 물고기를 보다 냇물의 상황을 자세히 보니 물이 더럽다. 수량도 적고 물의 흐름도 느리다. 물이 많이 고여 있으니 이끼도 많이 끼었다.  
 

봄 가뭄은 늘 있는 일이라도 올해는 더 심하다. 겨울을 견디고 봄에 싹을 키우는 마늘이나 양파도 가뭄 때문에 말라 죽는다는 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냇가로 오던 중에서 보던 마늘밭도 바싹 말랐다. 어서 비가 오길 기다린다. 그것도 풍족하게 내려야 산천에 푸른 싹이 움쑥움쑥 솟아나지. 일기 예보에 곧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다. 비가 온 후에 푸르러질 냇가를 생각하니 다시 기운이 솟는다. 

물속의 물고기들이 제발 견뎌주길, 싹을 키우는 마늘도 파도 잠시만 더 견뎌주길, 코로나 19로 힘든 분들도 조금만 더 견뎌주길, 전쟁의 공포 속에 있는 이들에게도 희망의 단비를 내려주길 기도한다. 

아! 나도 희망 몇을 봄 밭에 심어야겠다. 우선 파부터 심고 날이 더 따뜻해지면 상추도 고추랑 오이랑 토마토도 심자. 싱싱한 채소를 거둘 때의 기쁨도 이웃과 나눌 생각에 돌아오는 걸음이 신이 났다. 상화 이상화 시인은 빼앗긴 들에서도 봄날을 즐기지 않았는가. 희망을 노래하지 않았는가. 희망을 심자. 봄비가 올 것이란 희망을 품고.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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