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항거
낼모레가 3·1만세운동 100주년이기에
난 독립기념관을 찾아갈 작정이다
그리고 현재 개봉작을 살펴보면서
한 편의 영화나 생각으로 볼까
<항거: 유관순 이야기>
갑작스레 나는 슬퍼지고 죄스럽다
서대문 옥중에 젊은 꿈이 갇혔어도
만세 부르는 누나의 독립운동 앞에서
난 편히 앉아 영화나 보는 사람
난 영화가 끝난 뒤 고기나 질겅질겅 뜯는 사람
난 아우내장터에서 태극기를 들지 못한다
독립만세 소리를 내지 못하는 비겁한 항거다
일본 순사가 날 감옥에 가두지도 않았고
내 가족 중의 누가 강제 징집되지 않았기에
나와는 별개의 일인 줄 알았다
세월호 사고가 나와는 관계없고
비정규직의 죽음이 나와는 머나먼 얘기이고
음주운전이 내 삶과는 또 다른 이의 삶이고
독거노인의 고독사가 설령 내가 아니겠지만
나는 두고두고 슬프고 죄스럽다
‘우리’라는 운명공동체에 ‘내’가 없는 것
나라 잃은 내가 더 슬프고 죄스러운 것
그걸 모르고 허송세월 살아왔다
그걸 가르쳐주고 배워도 까먹었다
비겁하여 항거할 줄 몰랐다
내가 편히 앉아 영화나 보는 사람인 줄
영화가 끝난 뒤 고기나 질겅질겅 뜯는 사람인 줄
그걸 모르고 비겁하여 항거할 줄 모르고
비겁한 내가 비겁한 나에게 혼이 난다
3·1만세운동 100주년이 비겁한 나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