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8일, 초등 1학년과 유치원 다니는 손녀가 병원에 다녀왔다. 목이 아프고 열이 나서다. 혹시 코로나? 어디서? 왜? 이런 것은 지금 상황에서 생각할 일이 아니다. 1일 2만명대라는 뉴스다. 저녁이 되자 며느리도 몸이 안 좋다며 방을 따로 쓰고 누웠다.
1월29일,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며 며느리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왔다. 갑상샘 수술을 한 며느리는 백신 후유증이 두려워 예방접종을 안했다. 더 걱정이다. 40세 아들은 으슬으슬 감기 걸린 듯 춥단다.
1월30일, 며느리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함께 사는 가족이 확진을 받으면 온 가족이 검사해야 한단다. 아이들과 아들과 내가 검사를 받고 왔다.
1월31일, 가족 모두 코로나 확진이다. 자가격리를 할 것인지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자가 격리하겠다고 했다. 확진자가 늘어나서인지 보건소의 안내를 자세히 받을 수 없다. 오후엔 손목과 발목을 칼로 베는 듯 통증이 오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목이 아파서 죽도 안 넘어갔다. 왼쪽 가슴 아래에도 통증이 왔다. 밤에 보건소로 아픈 상황을 알렸더니 숙직당번이라며 아침에 소식을 주겠단다. 눈에 불이 들어간 듯 화끈거렸다.
2월1일, 설날 아침 8시45분경 보건소에 먼저 전화했다. 병상이 모자라 서산이나 공주로 갈 수도 있단다. 어디든 좋다고 했다. 10시쯤 다시 연락이 왔다. 천안의료원에 자리가 있으니 30분 내로 입원소지품을 챙기란다. 119구급대로 천안의료원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경이다.
의료원에 도착하자 간호사가 짐을 받아 2층으로 갔다. 4인실에 혼자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즉시 소변검사와 피검사를 했다. 저녁때 엑스레이 검사도 했다. 병실침대에 누워서 엑스레이를 찍기는 처음이다.
설 연휴라 의사를 만날 수 없을 뿐 아니라 연휴가 끝나도 의사와 비대면 진료를 한단다. 하루세번 혈압, 맥박, 체온, 산소포화도를 직접 재서 기록하면 간호사가 다시 적어갔다. 열이 내리는 약을 링거에 매달아 수액과 함께 맞았다.
열이 38.3도다. 그래서인지 몹시 추웠다. 전기매트를 준비해 갔으나 화재위험 때문이라며 간호사가 가져갔다. 추워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더니 이불을 2채 더 주었다. 가래를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이 목이 아프고 열이 나서 잠을 이룰 수 없다. 하루 4번 약을 먹었다. 밥이 나왔으나 한 수저도 못 먹었다. 죽을 신청했다.
2월2일, 설 연휴 이틀째 오후에 드디어 의사의 전화를 받았다. 의사나 간호사의 질문에 대답하기도 힘이 들었다. 가래를 빼내는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 휴지를 목 깊숙하게 넣어보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다. 목이 너무 아프다는 호소에 간호사가 입가심 약을 주었다. 가래와 열 때문에 잠을 잘 못잤다. 좀비처럼 헤매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상상도 했다.
2월3일, 입원 3일째다. 열이 37도로 떨어졌다. 몸이 조금 가볍다. 그래도 머리가 개운치는 않았다. 목 아픔은 조금 덜해서 죽을 네 수저 먹고 웃었다. 병실 밖으론 한 발자국도 못 나가니 병원이 조용하다. 오후에는 병실 환우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창밖엔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심하다.
2월4일, 엑스레이와 피검사를 다시 했다. 그동안 안 나오던 콧물이 나온다. 목이 건조하지 않도록 하라는 간호사의 말에 목이 아프지만 따뜻한 물을 계속 마셨다. 아프긴 해도 물이 넘어가니 그만 해도 좋다. 입원하고부터 계속 맞던 수액주사를 뺐다. 팔이 가벼우니 창공을 나는 새가 된 듯 좋다. 천천히 팔을 뻗어도 보고 돌렸다. 콧물은 자주 나왔다.
오후가 되니 열이 더 내리고 목 아픔이 줄어들었다. 검사결과가 좋다는 담당의사의 이야기에 힘이 났다. 저녁에 죽을 다 먹었다. 병실의 환우들과 이야길 나누며 많이 웃었다. 그렇게 무서워하던 전염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병실에선 그저 보통 환자인 양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배달받은 과일도 먹었다. 병실이 너무 건조해서 연신 젖은 수건을 널고 물도 뿌렸다. 5인실인데 침대 하나를 빼서인지 공간이 있어 식사 후엔 서성거릴 수 있다.
2월5일, 8일 퇴원 예정이란 소식을 들었다. 보험금 요청을 위한 진단서를 신청했다. 목 아픈 것이 점차 나아지지만, 여전히 통증이 있다. 하루에 4번 약을 먹고 있다. 입가심 약이 떨어져 다시 신청했다. 입원할때 2만명대라던 코로나19 환자가 금방 3만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다. 자가격리가족은 4명인데 코로나19 구호품 상자 2개가 집에 왔다며 아들이 사진을 보내왔다.
2월6일, 코로나 검사를 했다. 검사결과가 좋은지 8일, 퇴원할 것 같다. 여전히 코는 막히고 콧물도 가끔 나온다. 열은 여전히 37도를 넘나든다. 간호사는 그 정도는 미열이라며 괜찮단다. 오후부터 약이 없었다. 간호사도 병실 청소와 식사를 배달하는 분들도 방호복을 입고 최선을 다한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2월7일, 환우 한 분이 퇴원했다. 기침을 심하게 하고 당뇨와 혈압이 높았는데 다행이다. 캄보디아에서 온 26살의 새댁은 어제 퇴원 예정인데 코로나 검사를 2번이나 더 하고도 퇴원을 못했다.
2월8일, 드디어 퇴원날이다. 어제 퇴원한 환우는 기침 때문에 밤새 잠을 못 잤다고 전해왔다.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목도 많이 나아져서 귤도 먹었다. 그러나 콧물은 여전히 나왔다. 갈아입을 옷을 옷걸이에 걸어놓고 목욕하란다. 병원에서 주는 새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집에 가져갈 물품을 다 소독하고 새 마스크를 주었다. 함께 퇴원하기로 한 환우는 내일로 미뤄졌다. 검사결과 수치가 더 많아졌단다. 캄보디아 새댁과 함께 병실을 나왔다. 올 때와 다르게 혼자 알아서 가란다. 일상에 복귀해도 좋단다. 가벼운 마음이다.
집에 오니 아직도 보건소에서 자가격리에 대한 날짜가 안 정해져서 아들은 출근도 못하고 시장도 못 간단다. 자기 사업하는데 걱정이 많다. 보건소에 간신히 연락이 닿으면 대답하는 사람마다 격리에 대한 대답이 다르다며 불평했다. 일이 급하다 해서 외출했다가 적발되면 과징금이니 무섭다 했다.
오후 5시 되어서 아들 내외가 외출해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 밤 11시경 코로나19 구호품 상자 두 개가 왔다. 오후 9시에 확진자가 4만1165명이란 뉴스를 보았다. 내가 치료받는 사이 4배가 늘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잔기침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손녀 둘과 아들 내외도 집에서 격리하며 건강을 되찾았다. 감사다. 평범한 일상이 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