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수개월째 매시간 뉴스마다 TV 화면을 주도하고 있는 메인뉴스는 단연 국민밥상 지킴이 대표셰프 선발 경연대회 소식이다. D데이가 다가올수록 경연 열기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한껏 달아오른 가마솥처럼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이처럼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먹고 사는 문제가 무엇보다 우선순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유력 주자들이 제시하는 상차림과 주자 각각의 면모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어 갑론을박이 난무하고 쌍방간 다자간 상호 네거티브전도 점입가경이다.
말로는 선의의 경쟁이지만 D데이가 가까워질수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이기고 보자는 셈법이 경연장을 이전투구장으로 만들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밥상’은 과연 무엇인가? ‘밥’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에너지원이며 궁극적으로 생명유지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밥 힘으로 산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따라서 ‘밥상’은 밥과 더불어 생명유지에 필요한 갖가지 필수 에너지원을 한데 모아 놓은 종합에너지세트가 아니겠는가.
또한 ‘식구’라는 말이 있듯이 ‘밥상머리’는 기초사회인 가정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국가사회로 확장해 나가는 소통과 화합의 장이다. 미국의 저명한 요리사 제임스 비어드가 음식은 ‘공감대’라고 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친해지려면 함께 밥을 먹어라’라든가 대인관계 인사로 ‘밥 한번 먹자’ 등은 밥상이 단순한 식욕 충족의 차원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공동체적 사회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밥상’을 차리고 책임져야 할 대표셰프를 선발하는 경연대회이기에 국민들의 관심이 초집중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차리는 독상 겸상도 상차림 준비가 만만찮은데, 온 국민을 대상으로 차리는 두레반상이야말로 그 중요성과 책무의 막중함은 골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만큼 국민밥상 지킴이 대표셰프를 선택하는데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따지고 살펴봐야 할 부분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신뢰성을 전제로, 국민들의 입맛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보편타당한 입맛을 지향하고 있는지, 간을 제대로 볼 줄 알고 다수 국민이 수긍하는 염도조절이 가능한 인물인지 등을 꼼꼼히 따지고 냉철히 살펴봐야 한다.
유력주자들이 제시하는 상차림이 무늬만 화려하고 실속없는 밥상인지, 식재료와 식단은 적당하고 양은 적절한지, 홍보용이 아니라 실제로 요리가 가능한 식단인지, 선심성이거나 잿밥용은 아닌지 등등을 면밀히 따지고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쳐 대표셰프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편향적 입맛의 식단이나 실속 없는 과대포장형 식단을 지양하고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식단, 국민 입맛에 부응하는 통합형 식단을 제시하는 대표셰프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울러 살펴봐야 할 것들은 식단과 식재료 뿐만이 아니라 대표셰프를 보좌할 보조요리사, 조리사, 요소요소 주요한 주방요원들, 나아가 기미상궁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들 손에서 우리의 밥상이 차려지기 때문이다.
2년을 넘어 3년째 겪고 있는 코로나-19 괴질로 인하여 가뜩이나 피폐해진 국민들의 입맛을 되돌려줄 대표셰프를 이 참에 제대로 뽑아야 한다. 향후 5년 식탁의 풍요와 빈곤은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에 달려있다.
보기만 해도 구미가 당기는 밥상을 준비한 후보를 우리 모두의 혜안을 모아 힘써 찾아보자.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여 우리가 바라고 원했던 최적임 셰프를 선발하여 제대로 된 밥상 한번 받아보자.
‘요리를 잘하지만 하지 않는 아내보다 더 참을 수 없는 유일한 것은 요리를 못하면서 하는 아내이다’ 라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말처럼 자칫 대표셰프를 잘못 선택했다가는 온 국민이 영양실조에 걸릴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자.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 할 때의 고역만큼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