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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질환자, ‘저체온증’ 조심하세요

문형준 교수/ 순천향대천안병원

등록일 2022년01월0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문형준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학과

80세 여성 환자가 태안의 한 병원에서 대학병원까지 이송됐다. 처음 병원에 실려 온 상황도 범상치 않았다. 환자의 50대 아들이 저혈당으로 의식을 잃자 구급대에 신고했고, 아들을 앰뷸런스에 실어 병원으로 보냈다. 경험 많은 구급대원은 미래를 예측했다. 아들을 이송한 구급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집 앞에 쓰러진 어머니를 발견했다. 어머니 상황은 심각했다. 의식은 혼수상태고, 극단적인 느린 맥박으로 혈압이 떨어져 한 시간 뒤를 예상할 수 없었다. 느린 맥박이 해결되지 않자 결국 환자는 대학병원까지 이송됐다. 여러 약물과 처치에도 호전은 느렸다. 느린 맥박의 원인을 찾고자 전신과 심장 검사를 하던 도중 흥미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환자 체온은 체온계로도 측정하지 못하는 30℃ 미만. 환자는 ‘저체온증’ 이었다.

35℃ 이하

어느 시절에 들어본 저체온증인가 싶지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좋은 의식주를 누리고, 기후가 따뜻해져 전보다 발생은 줄었으나 저체온증은 꾸준히 발생한다. 사람의 심부 체온이 35℃ 이하일 때 저체온증이라 부른다. 사람의 몸은 36.5℃와 37.5℃ 사이를 엄격하게 조절하도록 만들어졌다. 

내분비질환, 추위노출 위험

저체온이 발생하는 첫 번째 원인은 몸에서 열 생성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부신기능저하증, 뇌하수체기능저하증 등 내분비계 질환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 저혈당이나 영양실조가 있는 경우에 저체온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심부 체온이 잘 유지돼도 저온의 외부환경에 노출되면 생긴다. 저체온증이 예방 가능하지만 계속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단적으로 추운 환경에 노출되거나, 덜 추워도 오랜 시간 노출되면 생긴다. 심지어 집 보일러를 켜놓지 않아 실려 오는 경우도 있다. 저혈당 상태의 당뇨환자,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 길에서 자는 사람, 만성 음주로 상대적 영양실조에 빠진 간질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이 장시간 외부활동을 하는 것도 주된 위험이 된다. 

심장기능 떨어뜨려 사망까지

체온 저하에 사람의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주로 신경계와 순환계에 영향을 미친다. 34~35℃의 체온에서 신체는 사지 떨림을 유발해 체온을 올리는 보상작용을 한다. 34℃ 이하로 감소하면 말이 어눌해지면서 판단력과 기억력이 감소한다. 32℃ 이하로 떨어지면 신체 기능이 떨어져, 대사가 느려지고, 산소 이용이 감소하며, 심박수, 혈압도 점차 감소하게 된다. 30℃ 이하로 감소하면 부정맥 발생 위험성이 매우 높아져 치명적인 심실 부정맥이 발생하기 쉽다. 추가적인 체온 감소는 심장 기능을 더 떨어뜨리고, 혼수상태에 빠지게 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다. 

열손실은 막고, 체온은 다시 높이고

저체온증 환자의 치료는 열손실을 막으면서 체온을 다시 높이는 것이다. 옷이 젖었다면 즉시 제거하고, 부정맥을 치료하고 예방하면서 환자 상태에 맞는 기도나 혈관 확보를 시행한다. 환자 체온을 올리는 것은 담요를 덮거나 따뜻한 공기를 쐬는 일반방법으론 충분하지 않아 병원에서는 목표체온 유지장치를 사용한다. 전신 피부에 특수한 패드를 부착하거나 혈관 내의 혈액을 직접 데우는 장치다. 그 외에도 혈액투석 장치나 ECMO를 환자 상태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의사들은 저체온으로 발생한 심정지에 대해 섣불리 사망 선언을 하지 않는다. 치명적인 질환이나 중증 감염을 가진 환자가 저체온에 빠지면 소생 가능성이 낮지만, 순수하게 추위에 노출된 환자들은 더 좋은 예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체온 환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주변을 돌아보기도 힘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날씨는 변덕스럽다. 몸과 마음 모두 시린 시절이지만, 서로에 대한 관심만큼은 따뜻해야 하지 않겠는가. 2022년은 모두에게 따뜻한 한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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