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벚나무인가 했다
좀스런 꽃잎 분분이 흩날릴 때도
폭염에 물기 잡아내느라 뿌리 빨개지도록 힘을 줄 때도
아파트 모서리에서 석양 얼른 쓸어 잎 잎에 간직할 때도
나는 네가 그저
벚나무인가 했다
그러나 네가 누구보다도 해를 탐했다는 것을
첫서리 내릴 때에야 알았다
이제 화려한 드레스 아무렇지도 않게 벗어놓고
조용히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본다
네 옷자락 하나 집어든 손끝만
파르르 떨고 있다
* 시가 오는 순간:
아침에 커튼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화려한 색의 옷을 입고 기다리는 벚나무를 보는 순간 ‘네가 그렇게 아름다웠던가?’
충격이었습니다. 긴긴 날 소리 없이 살다가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간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느라 한참 걸렸습니다. 오래 기다리길 잘했다고 내게 말해주었습니다.
시인 김다원(65)은 역사를 전공한 교사출신으로, ‘허난설헌 문학상’과 ‘천안시 문화공로상’을 받았다. 지금은 천안수필문학회 회장이자 충남문인협회 이사, ‘수필과 비평’ 충남지부장을 맡고 있다. 시인으로서의 그는 첫시집 ‘다원의 아침’에 이어 ‘천안삼거리’, ‘보내지 않은 이별’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