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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윤숙.. 예맥회 30주년을 보내며

특별기고/ 우윤숙 맥간공예 수석전수자 겸 예맥회장

등록일 2021년12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또르륵 탁탁탁, 또르륵 탁탁탁….

보릿대 펴는 소리다.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이 소리는 마음에 평안을 준다. 어느 맥간공예(麥稈工藝) 작품전시에서 첫 눈에 반한 후 그 인연이 내 인생을 오롯이 차지할 줄 몰랐다.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좋아하던 나에겐 맥간공예는 ‘찰떡궁합’이었다. 너무 좋았다. 고기가 물 밖을 나갈 수 없듯이, 벌·나비가 꽃을 떠날 수 없듯이…. 밤을 새며 보릿대를 펴기도 하고 개인전을 준비할 땐 새벽까지 도안을 그리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웬만하면 질릴 만도 하건만, 오랜 시간을 거쳤어도 보릿대를 잡으면 그 설레임은 여전하다.
 

맥간공예를 설명드릴께요

▲ 우윤숙 예맥회장.
“어, 맥간공예네.”

맥간공예를 알린 지 30년. 그럼에도 아직 주변에서조차 맥간공예가 생소하다. 하기사, 예전에는 홍보하고 알릴 수 있는 방법 또한 많지 않았다. 그래도 요즘은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면 흐뭇하기도 하거니와, 스스로에게 ‘수고했어’ 하며 위안도 보낸다. 무언가를 알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맥간공예는 스승이신 백송 이상수 선생이 40년 전 보릿대로 우리나라 전통의 칠 기법과 모자이크 기법을 적용해 탄생한 공예의 하나다.

맥간공예는 언뜻 아름다운 광채가 나는 자개조각을 박아붙이고 옻칠한 ‘나전칠기’와 닮아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개가 이쁘네요” 하면서 감탄을 하신다. “자개가 아니라 보릿대로 만든 작품이예요” 하고 설명드리면 그때서야 다시 ‘아아..’ 하신다.
 

맥간공예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궁금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면,

우선 보릿대의 거친 겉대를 벗기면 반짝반짝 빛나는 금빛의 속대가 나온다. 광택이 나는 속대를 펴서 도안에 따라 오리고 붙인다. 그런 후 칠을 7번 올리면 작품 하나가 완성되는 것이다.

‘예맥회(藝麥會)’는 맥간공예를 하는 문하생들의 모임이다. 한명 한명에게 알리고 가르치며 분주히 지내오다 보니 벌써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나 또한 보릿대를 처음 만질 때의 생경한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건만 예맥회장의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다.
 


30년간 참으로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안 좋은 추억이라면, 맥간공예를 잠깐 접한 후 다른 공예에 응용한 후 창안했다 주장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고, 사익을 위해 음해하는 이, 전수자와 뜻이 맞지 않아 결별 후 배움의 흔적까지 지우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어쩌면 물질사회의 아픔이다.

반면 작품을 하면서 마음을 많이 위로받았다는 분, 작품을 하면서 일이 술술 잘 풀렸다는 분, 작품활동에서 오는 성취감으로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분들도 있었다. 맥간공예에는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담는 작품들이 있다.

또한 이런 작품들로 선물받거나 구매한 분들 중에 좋은 소식을 들려주시기도 하다. 염원이 깃든 작품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런 일들보다 나는 소소한 것을 좋아한다.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멍때리고 싶을 때 맥간공예를 해보기를 권한다. 30년을 해본 경험으로는 ‘비우기에 참 좋은 공예’라고 생각한다.
 

해외에도 맥간공예를 알리고 싶다
 

▲ 2022년 범띠해를 기념한 작품 '호랑이'.


공예를 인식하는데 있어 우리나라와 해외가 다르다. 물론 해외 나름이겠지만 나는 인식적으로 공예선진국의 형편을 부러워한다.

우리나라에 많은 공예가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약한 수준이다. 공예를 그저 체험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예인으로서는 꽤나 슬픈 일이다. 이들에게는 작품 하는 이들이 존중받을 길이 없다. 감히 말하건데, 다른 나라에선 공예예술을 하는 분들을 존경하고 작품에도 많은 사랑을 주신다.

맥간공예도 세월의 이력이 붙어서인지, 아님 작품수준을 인정받아서인지 해외초대전이나 축제에 참여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적어도 작품을 감상하시는 분들에게 사뭇 좋은 평가를 받곤 한다.

맥간공예도 몇 년 전 유럽의 루마니아와 교류할 기회가 주어졌다. 몇 번을 전시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유럽교류의 전진기지로 삼아 준비하는 와중에, 코로나19라는 세계적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해 ‘멈춤단계’에 서있다. 매우 아쉬운 일이다.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기도한다.
 

세계에서 유일한 ‘맥간공예(麥稈工藝)’의 매력을, 그 저력을 여러 나라에 알리고 싶다. ‘기회가 왔을 때 지체하지 않도록’, 그런 생각으로 나의 마음은 내일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면서도 이곳이든 저곳이든 맥간공예를 좀 더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도 해본다. 청춘을 다 바친 나의 맥간공예, 그리고 우리 예맥회원들의 맥간공예가 조금 더, 지금보다 조금만 더 비상하기를….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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