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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옥탑방 고양이들-다양한 동거 형태 - 이성간 동거는 드물어

등록일 2003년06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동거’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는 한마디로 엉큼한 생각부터 들게 한다. 최근 두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동거하면서 사랑하게 된다는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최고 시청률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동거가 가능할까라고 생각해 보면서 묘한 사랑을 꿈꾸고 있다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좋다. 대학가 주변에 성행하는 동거는 “사랑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같이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더 많다”는 것이 동거자들의 전언이다. 흔히 대학가에 동거문화가 성행하고 있다고 많이 생각하게 된다. 대학이 주는 자유로움이 결혼이란 형식을 배제하고 동거라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거하는 대학생들의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동거형태도 가지가지 동거의 형태를 나눠보면 친구형, 친족형, 애인형, 거래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제일 많은 동거의 형태는 단연 ‘친구형’이다. 동성끼리 자취나 하숙을 하기 위해 동거를 하는 형태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학가 생활형태다. 그 다음은 ‘친족형’이다. 천안이나 아산에 연고가 있어 같이 사는 형태, 또 같은 대학에 입성한 친척끼리 사는 형태다. 제일 보기 드문 것이 ‘애인형’과 ‘거래형’. 애인형은 처음부터 사랑으로 시작해 결혼 없이 같이 사는 형태로 대학가와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방을 얻는 것이 특징이다. 거래형은 일정기간 동안 같이 사는 형태로 남녀가, 혹은 동성끼리 계약을 하고 같이 사는 형태다. 친구들과 동거 그 비애 가장 부작용이 많은 동거형태는 ‘친구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형태로 살다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 친구형의 동거생활 형태는 기숙사, 자취집, 하숙집, 고시촌으로 나눠볼 수 있다. 기숙사나 자취를 하는 친구형들은 시기, 질투, 다툼, 성격차이로 야밤 봇짐을 싸기도 한다. 김주연(가명·21·단국대)씨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니 더럽고 치사해도 같이 살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더럽고 치사한 차원을 떠나 얘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경연(가명·S대)씨는 같은 과 친구와 자취를 하면서 동성끼리 사랑하게 된 것이다. “제 마음 속에 이런 사랑이 꿈틀거렸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레즈비언이다, 젠더다 하는 말이 나올 때 외계인처럼 느껴졌는데”라고 그녀는 말했다. 지금은 이 사랑이 계기가 되어 온라인에 카페를 만들고 이들의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고. 극히 일부가 겪는 그들의 말마따나 “사랑의 복권에 당첨된 것”이라지만 경연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천안에도 많다고 귀띔. 우정보다 사랑을 택한 이들 동성애자들의 선택이 최선이라면 나쁜 선택은 시기와 질투, 성격차이로 인한 갈등이다. 지난해 4월 성격차이가 크다며 술김에 같이 자취하던 친구를 칼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사소한 다툼 끝에 칼로 찌른 것이다. 부상은 나아졌지만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촌끼린데 뭐 어때 경수(가명·21·C대 2년)와 진희(가명·23·C대 졸업생)는 외사촌지간. 경수씨 이모부의 큰형 딸인 진희씨는 우연히 같은 대학을 지망하게 되면서 작년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생면부지인 이들은 단지 친척이란 명목으로 동거를 시작, 각자의 부모님이 대주는 생활비로 함께 살림을 꾸리고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사돈에 팔촌도 뛰어넘는 관계지만 사촌이란 허울로 한 지붕에 살고 있는 것. 경수씨는 “돈만 좀 벌면 따로 방을 얻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누나가 워낙 잘해주니까 진짜 친누나 같다”며 “친구들한테는 친누나라고 했지만 누가 알까 사실은 고민된다”고. 경수씨와 진희씨는 특이한 케이스지만 실제 친족형들은 형제, 자매간이 많다. 길경민(천안외대 3년)씨와 정민(단국대 2년)씨는 함께 산지 6개월 정도 됐다. 정민씨가 단국대에 입학하면서 같이 살게 된 것. 경민씨는 “형제끼리 같이 살다보니 우애도 좋고 전공은 다르지만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 좋다”고. 동생 정민씨는 “빨래하는 것, 이불 개는 것, 하다 못해 쓰레기 버리는 일까지 나눠서 하고 있지만 형이 말을 잘 안 듣는다”며 푸념. 친족형들은 같은 핏줄이라는 명목하에 우애를 서로 다지며 살지만 때로는 “여자친구를 부를 수 없어 바깥에서 돈주고 차마실 때, 형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는 정민씨의 말처럼 부작용도 있다. 사랑하니까 한지붕 한이불 애인형들은 식만 안 올렸지 실제 부부나 마찬가지. 대학에서 만나 커플이 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다만 바람에 실려오는 목소리로 이들의 생활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H대앞 ㅎ오피스텔은 유달리 애인형과 거래형이 많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다. H대의 대학생들은 이곳을 ‘부부텔’이라 부른다. 캠퍼스 커플이 되어 남녀가 같이 산다는 것. 아직 결혼 없이 남녀가 산다는 것에 관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곳을 중심으로 무성한 소문만 퍼져 나간다. 이 소문 중에는 대학생인 남자와 연상인 여자가 산다는 소문. 교수와 제자가 한때 살았다는 소문이 오가고 있지만 확인된 바 없으며 다만 이들 주변의 선술집에서 안주감으로 간혹 떠돌 뿐이다. 동거인의 생활 수칙 대학이 늘고 대학생들이 늘면 당연히 동거인들도 늘어난다. 같이 살기에 앞서 동거인들의 수칙은 중요하다. 대학가 동거인들은 다음과 같은 수칙을 알려주고 있다. 1. 남녀 동거는 되도록 학교와 먼 곳에 정하라. 2. 설거지, 청소, 요리 등을 잘 분담하라. 3. 동성간에 살 때도 이성을 끌어들이지 마라. 4. 일주일에 한번 같이 사는 사람과 술을 마셔라(싸움을 없앨 수 있다). 5. 서로 생활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지 마라(깊이 알 수록 정든다). 6. 동거하더라도 현금과 통장은 함부로 두지 마라(돈이 원수다). 7. 서로의 몸을 더듬지 마라.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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