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분(69) 수필가가 ‘참 좋은 날’을 펴냈다. 2017년 ‘웃음을 터뜨렸습니다’란 동시집을 낸 후 4년만에 나온 첫 수필집이다. 자연에 순응하고 인연에 감사하며 살아온 삶이 쉽고 유쾌한 글로 나왔다.
그는 충남 예산의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비가 오면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산을 걷다 새와 이야기하며 그렇게 자연을 벗삼아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연속에서 지내다 보니 저절로 삶의 순리를 깨달았다.
하느님이 마련하신, 봄 여름 가을 겨울 삼백예순다섯날, 시시때때로 변하는 모든 날에 감사하며 순천하는 생활을 했다. 그러니 어찌 쾌청한 날만 좋은 날일까 싶다. 어쩌다 흐리고 비오는 날도 그래서 나는 참 좋다. 〈참 좋은 날〉
글을 쓰게 된 시작은 여고시절 전국 편지쓰기대회에서 상을 받고 또 작문시간에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며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글쓰기의 시작은 그녀의 삶에 고비가 왔을 때였다. 막내가 4살쯤 되었을때 함께 살던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졌다. 시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았지만 아이 셋을 키우면서 중풍환자를 간호하기엔 버거웠던 날들이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싶을때 주부백일장에 참여해서 장원상을 받았다. 글 쓰는 일은 수줍을 필요가 없어 좋았다는 작가는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행복한 글쓰기에 몰입했다. 성우의 꿈은 못 이루었으나 시낭송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으로 봉사하는 즐거움도 얻었다.
한쪽 귀가 잘 안들려 안타깝다는 작가는 소리에 더 민감해하고 관심을 보인다.
‘닭 울음보다 더 먼저 일어나신 다정한 엄마의 목소리가 한참 뒤에 나를 깨웠다. 사실은 엄마보다 좀 더 먼저 나를 깨운 소리와 향기가 있었다. 가마솥 뚜껑 여닫는 하이톤의 쇳소리가 있었고 도마에 부딪히는 엄마의 고른 칼질소리가 들렸다.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창호지 문으로 솔솔 들어왔다. 외양간 암소의 되새김질 소리와 한숨같은 숨소리도 있었고 워낭소리가 청량했다.’ 〈소리, 소리들〉
그런 소리와 냄새가 그리우면 시골 동생의 집으로 가기도 하고 강원도로 떠나기도 한다. 촌으로 가면 편안해지고 즐거워지니 스스로 ‘촌놈’이라 칭한다.
작가의 자연과 사물에 대한 애정은 삶으로 이어진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녹음봉사,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엄마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일로 산다. 그러면서 겪는 일들을 ‘작은 나사못이 되어’ ‘회초리 뽀뽀’ ‘정’ ‘가르치며 배우며’ 등으로 글에 담았다.
작가는 흥이 많다. 음악이 나오면 입꼬리와 팔이 절로 올라가면서 춤을 춘다. 딱딱한 분위기를 금방 따뜻하고 흥겹게 만드는 재능이 있다. 항상 웃는다. 그것도 ‘하하’ 큰 소리로 웃는다. 아이같은 마음으로 사니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얼굴엔 주름이 없고 마음엔 근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