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소년 백신접종을 강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가 ‘백신접종 온라인포럼’을 열고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득하려 하자 “공산당이냐”부터 “너나 맞아라”까지 반발이 거세다. 해외에서는 백신은 절대 안맞겠다는 신체건강한 40대 남성이 코로나19에 걸려 혼수상태에 들어가기 전 누나에게 “의료진이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해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천안도 예전같지가 않다. ‘예전’이 그리 좋았다고 할 수도 없지만 요즘은 매일 50명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것도 ‘꾸준히’ 말이다. 2020년 한해 천안의 확진자는 696명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 8월과 9월은 600명대, 11월에는 무려 1000명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12월에는 지난달보다 매일 두세배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감당이 안된다.
이런 형편에서 얼마전 천안시공무원과 이·통장들이 버스 3대에 가득 나눠타고 나들이를 다녀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천안시장은 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백신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대책방안을 나누며 소식과 오버랩된다.
시는 12월 말 제야행사와 내년 초 해맞이행사를 전격취소했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천안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까지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시장은 “안타깝지만 방역이 최우선이다”며 “시민여러분이 기본 방역수칙 준수와 예방접종 등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절실히 호소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1일 천안역에서는 ‘오징어게임’ 행사를 벌였다. 천안역 지하도상가를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였다. 다양한 전통놀이가 시민 대상으로 펼쳐지고, 17일에는 ‘역주행축제’도 벌인다. 18일에는 추첨이벤트행사, 19일에는 공연결선이 진행된다. 최대한 많은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군중이 모인 자리에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질리 있겠는가.
‘2021 문화독립도시 천안페스타’도 10일부터 12일까지 천안문화도시센터 야외공연장과 아트홀, 중앙초 지하방공호, 인더갤러리, 명동대학로소극장, 명동길 유휴공간 등 원도심 일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행사를 준비하지만 일을 벌이는 관계자들도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이라도 마음이 편하겠는가. 코로나19에 오미크론까지 확진위험이 더해지면서 천안시도 매일 수십명의 확진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좋지 않은 때에 행사를 벌였을 경우 자칫 결과론적으로 취지를 차치하고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가 없다면 운좋은 거고, 문제가 발생하면 불운한 ‘복불복’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막아야겠고, 경제나 문화예술행사는 살려야겠다는 발상이 부딪친다. 비대면과 대면의 학교교육이 충돌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사회패턴이 대립하는 식이다. 하나를 얻자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문제지만 우리는 ‘둘다 갖겠다’는 답에 동그라미를 치고 있다.
부산에서도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300명 넘게 나와 역대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해운대 벡스코에서는 가수 나훈아의 콘서트를 보려고 수천명이 몰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때문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는 이런 모순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되는 인간들의 나약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문제가 터져야만 막는다’는 입장, ‘문제가 발생해야만 그때서야 그럴 줄 알았다며 거세게 비판한다’는 입장. 살얼음판인 강임을 알면서도 기어코 건너야 하는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니 당분간은 다시 ‘꽉’ 옥죄어버리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