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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절로 가네, 새야 너도 그러냐?

김다원 천안수필가/ 빨간 열매의 유혹 '낙산홍'

등록일 2021년12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 청수동 우미린 아파트의 정원은 아름답다고 소문이 났다. 가을 아파트 정원은 화려한 낙엽으로 또 한번 꽃을 피운다. 그 잎이 진 후 받는 선물은 열매다. 특히 빨간 낙상홍 열매가 정원을 거니는 이들을 유혹한다. 엄마 손을 잡고 걷던 아이도 빨간 열매 앞에선 걸음을 멈춘다. 그 걸음 옆에서 멈추면 춤추는 여자가 보인다. 

빨간 드레스의 스페인 무희가 플라멩고 춤을 춘다. 치마를 살짝 잡아 흔드는가 싶더니 두 팔을 올리고 발을 구르며 춤을 춘다. 강렬한 빛의 눈도 붉어진다. 남자는 여인의 현란한 춤에 빨려드는 듯 구두로 바닥을 때리고 손뼉을 치며 여자의 주변을 돈다. 나무는 빨간 열매를 흔들며 누구를 유혹하고 있나.  
 

▲ 마가목.

▲ 먼나무.

빨간 열매는 잎을 떨어뜨린 가을 숲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노란색 검은색 열매도 있지만, 빨간색 열매가 눈에 더 많이 들어온다. 팥배나무 마가목 매자나무 덜꿩나무 까마귀밥 참빗살나무 먼나무 찔레 멍가 등이다. 산에서 많이 보던 산수유 피라칸사스 남천 낙상홍의 열매를 요즘은 공원이나 집 근처에서도 자주 본다. 붉은 꽃이 핀 듯 잎이 아름다운 화살나무도 사철나무도 길가에서 붉은 열매를 달고 있다. 

많은 나무가 유독 빨간색으로 열매를 맺는 이유는 나무의 종족보존 전략이다. 이동할 수 없는 나무는 새들의 눈에 확 띄는 빨간색 과육에 씨를 포장하여 새의 먹이로 주고, 새는 열매를 먹고 멀리 날아다니다 똥을 싼다. 똥에 있는 수분과 영양분이 나무 씨앗에겐 싹을 틔울 최적의 선물이다. 누군가를 유혹하는 일은 먹히기 위한 것이고 먹혀서 생각한 바를 성공하려는 전략이다. 
 

▲ 사철나무.

그렇다면 새가 먹는 빨간 열매는 맛이 있을까? 새가 아니니 맛에 대한 평가는 알 수 없다. 애벌레나 풀씨 등을 먹던 새들이 늦가을이나 겨울에 먹이를 찾기 어려우니 나무에 달린 열매를 찾는다. 한꺼번에 다 먹지 않는 것을 보면 크게 맛있지는 않은가 보다. 그러나 과육의 영양과 수분도 섭취하고 배도 부를 수 있으니 새에게 열매는 크나큰 유혹이다. 

대부분 작은 나무는 작은 열매를, 큰 나무는 큰 열매를 맺는다. 작은 열매를 먹기 위해 입이 작은 새가 온다. 찬바람이 불 때 길가나 야산에 가다보면 싸리나무가 얇은 잎을 노랗게 물들이고 씨앗을 맺은 것을 볼 수 있다. 커 봐야 어른 키 정도의 싸리나무가 바람도 없는 날 심하게 흔들이는 이유는 참새 떼가 날개를 후드득거리며 통통하게 여문 씨앗을 먹느라 분주해서다. 

대부분 덩치가 큰 까치나 까마귀 또는 직박구리 등은 사과나 홍시를 먹는다. 어린 시절 어른들은 감나무 꼭대기의 감은 따지 않고 남겨두었다. ‘까치밥’이라고 했다. 시나브로 새들은 잘 익은 홍시를 먹었다. 요즘은 하늘까지 망을 친 과수원을 자주 본다. 새들이 잘 익은 사과를 찍어 먹는 바람에 하늘까지 막았다. 작은 나무에 열매가 익으면 입이 작은 새가 오고, 키 큰 나무의 큰 열매엔 큰 입을 가진 새들이 앉는다고 생각하면 미소가 온다. 
 

▲ 산수유.

▲ 화살나무.

잎이 진 계절에 새들의 소리를 듣고 싶다면 붉은 열매가 많은 나무 근처로 갈 일이다. 새들의 흥겨운 날갯짓을 보고 싶다면 역시 붉은 열매가 많은 나무 근처로 갈 일이다. 나무와 새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아이들의 벙그러진 입에서 나오는 웃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 

빨간 열매 앞에 서면 우주가 보인다. 내 집 정원에 들어온 낙상홍! 너만 좋다면 한나절 너만 보고 싶다. 함께 춤추고 싶다.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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