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의 단풍이 아름답다고 이름이 났다. 1995년 독립기념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독립기념관을 가운데 두고 둘레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1200그루의 단풍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들이 아치를 이룰 만큼 자라 환상의 풍경을 만든다. 3.5km로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거리다.
아름다운 단풍도 보고 독립기념관도 돌아볼 ‘단풍나무숲길 힐링축제’가 13일과 14일 독립기념관 겨레의집(특설무대)과 단풍나무 숲길에서 열렸다. 벌써 4회째다. 퓨전국악, 익스트림 태권도, 창작 마당극 놀이, 클래식 등의 볼거리와 각 지역의 상품이 팔리는 부스도 만들고 아이들이 전통놀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독립기념관, 생각만 해도 좋다. 매일 공연이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주말이라도 좋다.
축제엔 참여해야 흥이 난다. 더구나 코로나 19로 묶였던 모임이 조금 풀리지 않았던가. 추석을 앞두고 운동회를 하면 온 동네 어른들까지 다 와서 어울리던 운동장같이 독립기념관은 사람들로 들썩였다. 점심시간을 막 지난 시간인데 자동차가 너무 많아 주차하는데 애를 먹었다. 아이들은 상자를 쌓기도 하고 투호 등 전통놀이도 즐기고 있었다. 어린 시절 놀이가 그리웠던지 아이들과 제기차기를 하는 부모도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친 차일을 보면 우선 가슴이 흥분한다. 그곳엔 무엇인가가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음식이 빠지면 잔치가 아니지. 걸음이 더 빨라졌다. 부스에선 각지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오곡으로 만든 쌀 과자를 사서 들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곳으로 눈을 돌렸더니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천안 호두과자를 굽는 곳이다. 천안의 명물 아닌가. 그곳의 명물은 맛봐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줄을 섰다.
금방 나왔는지 따끈하다. 호두가 넉넉히 들었다. 과자봉투를 들고 걸어가며 먹는데 금방 관리인이 와서 마스크를 쓰란다. “먹느라 잠깐 잊었네요.”라며 얼른 마스크를 썼다. 모처럼 나들이에 잠시 이성도 흥분했나 보다.
단풍나무길을 걸으러 왔으니 숲으로 향했다. 입구엔 노란 국화가 단풍나무길 산책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반겼다.
단풍이 한창일 때는 하늘이 불타는 듯 아름답다. 11월14일인데 단풍은 색을 잃고 잎이 많이 졌다. 단풍 적기라고 날을 잡았어도 날씨의 변덕을 알 수 있나. 그 대신 땅에 수북한 낙엽을 싸목싸목 밟으며 구르몽의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에 친구의 이름을 넣어 건넸더니 안도현 시인의 ‘가을 엽서’가 돌아왔다.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 지를.
시 한 구절에 ‘하하 호호’ 웃음이 하늘로 올랐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걷는데 독립기념관에 왔으니 우리나라의 역사와 인물에 대해 조금은 알고 가자며 아이들과 임시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럴 수 있는 곳이 단풍나무길이구나 생각하며 주변의 나무를 둘러봤다. 숲의 향기가 진하게 왔다.
독립기념관 길을 나오다 보니 아차! ‘목주가’를 기념하는 장소를 지나왔다. 병천에서 독립기념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에 있다.
「목주가(木州歌)」는 신라의 가요(歌謠)로 알려져 있으나 작자와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고려사(高麗史)』[1449~1451] 악지(樂志)에 따르면 「목주가」는 목주[지금의 천안시 목천읍]에 살던 효녀가 아버지와 계모에게 효도를 다 하였으나 끝내 사랑을 얻지 못하자 한탄하며 지은 노래다. 나라사랑 독립기념관을 보고 부모사랑을 알 수 있는 목주가를 부르며 천안여행을 마치면 좀 좋을까? 두 곳을 하나로 묶어 많은 이들이 목주가의 전설을 알고 효를 실천했으면 좋겠다. 단풍이 아름다운 독립기념관의 가을, 마음과 몸이 풍요로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