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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에서 달고나 냄새가 나 

등록일 2021년10월1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예전 국립수목원 안내소에서 숲으로 들어서는 다리를 막 지날 때였다. 달고나 냄새가 났다. 코를 킁킁거렸다. ‘어디서 과자를 굽나?’ 숲해설사가 내 모습을 보고 얼른 손으로 나무를 가리켰다. “저 나무에서 나는 냄새랍니다.” 

계수나무라 했다. 나뭇잎은 노랗게 물들었고 더러는 떨어져 갈색이 되었다. 달걀크기에 모양은 하트다. 잎을 주워 냄새를 맡았다.

와! 달곰해! 정말 너였구나! 자꾸 숨을 들이마신다. 불현듯 작은 국자에 설탕과 소다를 넣어 연탄불에 얹어놓고 젓가락으로 저으며 달고나 만들던 때가 생각난다. 일행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계수나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게다가 이름도 계수나무라니. 1923년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인 <반달>에 나오던 계수나무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숲을 걸으며 입에서는 계속 노래가 맴돌았다. 그 후 계수나무를 잊고 살았나 보다. 
 

청수동 집 앞 노랗게 물드는 나무 아래를 산책하던 때였다. 또 달고나 냄새가 났다. “어디서 ‘달고나’를 만드나?” 다시 두리번거렸다.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나라 영화 ‘오징어 게임’에서 달고나가 나온 후 프랑스에선 달고나를 사려고 줄을 섰다는 뉴스도 있었다.

그 열풍에 여기저기서 달고나를 본다. 지난 일요일 충남 아산에 있는 외암리 저잣거리에서 맛본 달고나도 특유의 향이 나면서 맛이 있었다. 그 맛과 향을 못 잊어 누가 만들고 있나? 고개를 갸웃하다 눈에 든 나무가 있었다.
 


‘햐! 우리 아파트에 계수나무가 있다니’. 나무 아래 팻말에는 ‘계수나무길’이 박혀 있었다.   

그 후 계수나무 알리느라 난 수다쟁이가 되었다. 단지 내에서 운동 마치고 돌아갈 때나 산책하다 지인을 만나면 얼른 계수나무 아래로 가서 냄새를 맡게 한다.

코를 벌름거리는 이들이 달콤한 향이 난다며 두리번거리면 갈색으로 변해서 떨어진 잎을 주워 코에 대준다. 아무래도 조금 말라서 농축된 것이 냄새가 진하기 때문이다. 

나무 자태도 멋지다. 굵은 중심지를 중심으로 잔가지들이 굴곡 없이 사선으로 쭉쭉 뻗었다. 잎에서 향이 나니 나무가 궁금해서 찾아봤다.  

계수나무는 오랫동안 식용으로 많이 써왔다. 흔히 우리가 쓰는 시나몬은 실론계피나무(C. verum)의 계피다.

스리랑카와 말라바르 해안 원산으로 현재는 마다가스카르, 셰이셀, 인도, 방글라데시, 카리브해,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에서 상당 규모로 재배된다.

붉은색, 혹은 밝은 갈색으로 여타의 계피들보다 색이 밝다. 질감이 조밀하지만 잘 부서지는 특징이 있으며 디저트나 음료, 고기류의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쓴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흔히 육계, 계피로 통칭하는 것은 계피나무(C. cassia)의 껍질로 만든 카시아(cassia)로, 중국 시나몬(Chinese cinnamon)이라고도 불린다.

어두운 갈색 혹은 회색빛이 도는 갈색으로, 서양요리에 쓰이는 실론 시나몬보다 알싸한 향이 훨씬 강하다. 우리가 겨울에 즐기는 수정과는 계피로 불리는 나무껍질을 생강과 함께 달여 만든 것이다. 떡, 과자 혹은 커피에 계피를 넣으면 특유의 향이 나서 음식의 품격을 높인다. 

또한 약용으로도 많이 쓴다. 성질이 따뜻한 계피차를 자주 마시면 가벼운 감기는 그냥 낫는다. 나뭇가지와 뿌리는 체온을 상승시키고 신장과 방광을 따뜻하게 하니 한약재료로 많이 쓴다. 달걀 크기의 잎도 예쁘고, 봄과 가을이면 맛난 향도 나 음식의 맛을 살린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날 뜨거운 라떼 한 잔 들고 계수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가을 햇살 받는 재미를 누가 알까. 달곰한 향기에 코를 킁킁거리면 혼자도 좋고 둘도 좋다. 같이 있는 사람이 연인이면 더욱 좋다.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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