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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네가 왜 내 밭에서 나와?

자연과 노니는 여유, 동물과 공생하는 행복 

등록일 2021년10월1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못된 사람도 참 많다. 먹이를 다 훔치면 동물은 혹독한 겨울 어찌 견디라구.” 

봉서산(충남천안)을 오르다 만난 친구가 흥분해서 말을 쏟아냈다. 산에서 배낭 가득 도토리를 담아오는 사람에게 동물의 먹이를 가져가면 되느냐고 말했더니 산에 있는 것 좀 줍기로 뭐가 문제냐며 때릴 듯이 주먹을 쥐더란다. 상황을 들어보니 그는 도토리를 한두 번 줍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청수동(천안) 법원 뒷산에서도 가을 열매줍는 광경을 흔하게 본다. 10월 초였다. 

산자락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산으로 들어서려는데 아빠와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아빠는 아이에게 도토리가 가득 든 봉지를 보여주며 도랑에 많이 있다고 손가락으로 알려주었다. 그러다 참나무 위로 재빨리 오르는 청설모를 보고는 아이를 번쩍 들어 청설모를 자세히 보라며 아이보다 더 흥분했다. 청설모가 큰소리에 놀랐는지 빠르게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숨었다. 청설모나 다람쥐가 겨울동안 먹을 도토리나 밤을 자기가 줍고 있다는 것도 아이에게 말해줄까?

숲속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어 아이들이 많이 온다. 아람 벌어진 밤송이와 도토리 껍질을 보며 좋아하는 아이를 보던 엄마가 아이와 도토리를 몇 개 줍더니 “다람쥐야! 맛있게 먹어!”란 말과 함께 숲에 던져주었다. 아이는 금방 다람쥐가 와서 먹기라도 하는 듯 박수를 치며 웃었다. 계절에 따라 피는 숲속의 꽃들이며 나무들의 이름을 알려주며 산길을 걷는 길엔 또 얼마나 많은 웃음을 산자락에 놓을까. 
 


산에서 가끔 고라니를 만날 때도 있다. 고라니가 갑자기 나무 사이에서 낙엽을 날리며 펄쩍 뛰면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저도 놀랐는지 맑은 눈으로 한참을 눈 맞춤하다 껑충 뛰어 달아났다. 주변이 다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산의 고라니라니. 먹이가 부족했나 보다.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멧돼지 가족이라도 만날 수 있어 동네 산을 오를 때도 등산용 스틱을 챙긴다. 만약 만난다면 작년에 내 고구마를 다 먹지 않았냐고 눈을 마주하며 말해볼까?

작년에 광덕산(천안) 능선의 밭에 고구마를 심었다. 많이 캐면 이웃과 나눌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했는데 고구마 넝쿨로 가득해야 할 곳이 깨끗했다. 산속의 동물이 줄기까지 다 먹은 탓이다. 동네 가운데까지 울타리가 튼튼하지 않으면 농작물을 산짐승에게 다 양보해야 한다고 걱정하던 시골친구의 말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야생동물은 동면에 들어가기 전 가을철에 먹이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 다람쥐나 청설모 등의 설치류는 도토리와 잣 호두를, 곰은 견과류와 과실을, 담비 등은 다래 머루 등을 좋아한다. 함께 살아야 한다면 동물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동물 보호단체나 혹은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 겨울이면 산야에 먹이를 놓아둔다. 눈이 쌓여 걷기도 어려운데 동물의 먹이를 메고 산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는데 임도를 만드느라 혹은 아파트를 짓느라 혹은 유실수를 심는다는 이유로 산을 깎아내는 현장도 자주 목격한다. 자연을 살리는 일과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우리가 동시에 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하려면 법도 알아야 한다. 주인 없는 땅이 어디 있는가. 산을 오르다 밤을 보면 저절로 손이 나가는 것도 멈춰야 한다. 산 주인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채취했다간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73조’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5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자연을 감상하고 행복과 건강만 가져올 일이다. 하얗게 핀 억새도 아름답고, 노란 산국도 아름답고, 여기저기 군락을 이룬 구절초도 장관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가꾼 우리 아닌가. 한국 전쟁 후 밀가루 얻어먹고 입던 옷 가져다 입던 우리가 아니다. 

맛있는 요리가 있다면 먼 곳을 마다치 않고 찾아다니지 않는가. 올해 추위가 극성을 부리면 내 곡식을 들고 숲으로 가자. 가서 그들의 안부도 묻자. 나눔의 행복, 실천해 보자.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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