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자(79·천안 두정동)씨가 수필집을 냈다.
서른 중반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뜬 후 아이들 기르면서 생기는 이야기와 직장생활에서 생기는 답답한 일들을 남편에게 말하듯 썼다.
일기처럼 5∼6년을 매일 썼다. 꾹꾹 눌러 정성껏 쓰면 천국에 있는 남편에게 그대로 전해질 것 같아서다.
그것이 글쓰기의 씨앗이 되었고 살아갈 이유와 버틸 힘이 되었다.
한국통신공사에서 일하다 정년퇴직 후 본격적으로 수필쓰기에 집중했다. 남들은 몇 년 글쓰기에서 자신을 얻어 책을 내지만 그녀는 20년을 꾸준히 글쓰기에 매달렸다.
그러다 보니 글의 내공이 탄탄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런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관찰하는 눈이 매서워 글 속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혼자 세 아이를 키워 사회인으로 만들기까지 험난하기도 했을 길을 걸었지만 늘 온화한 얼굴이다. 얼굴 가득 웃음주름이다. 말씨에는 겸손이 깊이 배어있다.
오랫동안 운동해서일까? 가녀린 몸이지만 자세가 바르다.
퇴직 후 배운 기(氣) 훈련으로 주민자치센터나 노인복지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코로나19 전까지 했다.
문학기행에서 숙소에 묵게 되면 나이 든 그녀가 더 힘이 들 텐데 한 방에 있는 문인들의 몸을 다 풀어준 후에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아침이면 제일 먼저 일어나 산책하는 그녀다.
그녀의 수필 ‘내 마음의 산’을 보면 품이 넓은 그녀가 보인다.
-곧은 나무 굽은 나무 구별하지 않고 미물에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품안에 들어오는 모두를 포용하는 산의 미덕은 깊고 아늑하다. 잘난 자식 못난 자식 분별하지 않고 큰사랑으로 품어주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닮아서일까? 내가 우람한 태산을 대할 때마다 깊고 아늑한 모정을 느끼는 것은-
또 일상에서 살아가는 그녀를 알 수 있는 수필이 있다. ‘한 알의 쌀 속에’다.
쌀이 밥이 되듯 단단한 껍질 속에 옹이 진 자신의 관념이나 아집을 놓아버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여유와 부드러움으로 둥글둥글 살아간다면 세상이 조금은 더 조화로워지지 않을까.
이제 그녀 나이 80이 목전이다. 여기저기 몸에서 이상신호가 온다. 병원을 들락거리며 ‘수리’하고 사느라 바쁘다.
수필집을 낸 후 ‘평범한 내용이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작은 위안이 되고 잔잔한 울림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