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는구나
꽃내음보다는 마른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넉이 그려 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 묻고 싶은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유안진님의 <가을>이란 시입니다.
운동하느라 가을 길을 걷다가 흔들리는 잡초들을 보고 그들도 온몸으로 시를 쓴다고 시인은 생각합니다.
‘강아지풀은 중앙분리대 아래 거리의 매연에 시달려도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리고 시인은 사람으로 눈을 돌립니다.
진종일 서 있어야 했던 이들도 마음을 앉히며 어둠에 젖는 시간, 마음속에 등불 켜는 시간, 침묵이 더 깊고 따뜻한 말을 대신해 주는 시간, 말 한마디도 가슴에 색다르게 담기면 그게 바로 ‘시’ 아니고 무엇이냐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저 일상을 사는 우리도 한편의 시를 인생이란 백지에 써가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 삶도 있는 그대로 멋집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아요. 그래서 저는 어깨를 펴고 턱을 든 다음 혼잣말을 합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멋져!’
그렇게 오늘도 가을길을 걷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tlQ3zmu_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