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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쉼터 음악치료 1년-맘껏 두드리면 스트레스 ‘싹’

등록일 2003년06월2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신나게 두드리다 보면 세상 걱정사 저만치.’ 요즘 구성동 임마누엘 쉼터(알코올중독자요양원)는 아침 9시만 되면 음악소리가 들린다. 정확히는 소음 반, 장단 반이다. 처음 접시 깨지듯 탁한 소리들은 1년여 지나는 동안 곱게 순화돼 이젠 ‘들을 만’ 해졌다. 이들이 두드리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가락을 대표하는 사물놀이. 작년 가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영철 원장은 ‘사물놀이 효과’에 의구심도 들었다. “알코올 중독의 심각한 폐해 중 하나가 바로 무기력증이에요. 아무 의욕이 없는 이들에게 뭔가 의미를 던져주기란 불가능에 가깝죠.” 대부분 장년층인 17명 원우들. 하다 못해 바둑·장기조차 두지 않는 무취미에 더욱 생각나는 것은 술뿐이지 않는가. 이 원장의 도전에 놀이패 신바람의 김완성(38)씨가 돕기로 했다. 처음 일주일에 한 번 하다 보니 가뜩이나 의욕도 없는 터에 정신조차 망가진 상태. ‘배움’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김씨는 웃다리 사물놀이의 가락을 응용,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초가락을 만들어 이들에게 맞췄다. 또한 올 봄부터는 하루중 가장 왕성한 의욕을 보이는 아침, 반복연습을 통해 좀 더 가락에 심취해지길 기대했다. 억지로 하는 것도 역효과를 우려해 쉬게 했다. 이런 노력이 시간이 갈수록 값진 열매로 나타나고 있다. 참여인원은 6명으로 줄었지만 아침이면 한두 명은 스스로 장구채를 들고 나온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지만 이 원장의 눈에는 이런 의욕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또 예전에는 사소한 것에도 티격태격 했던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장단을 두드리다 보면 누가 맞고 틀렸는지가 분명해져요. 틀린 사람은 인정하고 맞은 사람은 잘했다는 칭찬이 쏟아지죠. 음악치료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거예요.” 이제 쉼터 원장과 강사는 이들의 공연무대를 꿈꾼다. “아니, 거창한 건 아닙니다. 쉼터 내 다른 식구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공연을 가져보는 정도죠. 지금 실력으로는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합니다.” 9시부터 시작한 연습이 10시가 넘어서도 계속 되고 있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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