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 머무는 풍경
역은 언제나 그 곳에 있었다
오고가는 이들의 발길 뜸해졌거나
머물던 사람들 떠나갔어도
햇빛 맑으면 맑은 대로
비바람 몰아치면 몰아치는 대로
산으로 강으로
꽃으로 나무로
허물어지는 지붕의 그림자를 지우며
혈육 같은 개망초꽃들 피우고 또 피웠다
간혹
길을 잃은 노루나 고양이가 찾아와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을 풀어놓기도 했지만
순간의 머무름이 가져다주는 위안이란
닿을 수 없는 한 시절의 기억일 뿐
텅 빈 역사의 적막함만이
저 혼자 머무는 풍경이 된 양원역엔
깃들 것 없는 하루 내내 노을이 깊었다.
작가 약력/
천안 북면에서 태어나 1997년 『조선문학』으로 등단 후 천안여류시동인회.천안문인협회 부지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천안지사 근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