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의자

태조산 산행길

마주 보던 벤치 의자가

등 돌리고 떨어져 있다

코로나 때문이다

기분이 씁쓸, 그러다

가만, 등 돌리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머잖아 탈 나는 게 인간관계 아니던가

서운한 듯 아주 서운치는 않게

외로운 듯 너무 외롭지는 않게

벤치 의자처럼
 

  * 안서동 부경아파트 뒷길로 산에 오르다 보니 길옆 벤치 의자가 새로 놓였다. 처음엔 그저 그런가 보다 했다. 세월이 지나면 아무리 견고한 벤치라 해도 칠도 벗겨지고 모양도 헐거워지니까. 무심코 지나치려 하는데 가만, 발걸음이 멈춰졌다. 무언가 이상하다. 주의를 기울여보니 산길 좌우에 마주보고 있던 의자가 엇각으로 등을 돌린 채 좀 떨어져 놓여 있다. 그 사실을 알아챈 순간 시 한 편이 솟아올랐다. 인간관계도 그렇지 않은가? 서운한 듯 그러나 아주 서운하지는 않게 좀 떨어져 있는 게 좋지 않은가?

조재도 | 시인이자 아동·청소년문학 작가입니다. 충남의 여러 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청소년평화모임’ 일을 하고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