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동 천안공업대학 정문 맞은편의 낚시가게. 주변 가게들과 적당히 어울리며 외장상 특징없는 여느 가게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10평 남짓 규모에 주인이 손수 만들었다는 캐비넷은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오래 됐음직한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수제로 만든 낚시찌가 입소문을 타고 낚시광들의 입질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찾아간 곳. 그러나 한참 졸린 얼굴로 손님을 맞는 주인의 모습은 ‘별 게 있겠는가’하는 실망감도 살포시 드는 참.
툭 하고 찌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자 술술 풀어내는 그의 태도가 ‘말동무’를 만난 듯 범상치 않다. “웬만한 낚시광은 찌만 봐도 ‘공’이 얼만큼 들어갔나 알 수 있어요. 찌란 것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장인정신이 필요한 겁니다.”
낚시 초짜들과는 달리 수제 찌를 쓰는 이들은 이미 수준급이라는 정규봉씨(56·부성낚시). 어려서부터 낚시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더니 사업과 직장 생활때도 사흘만 안 가면 몸이 쑤실 정도의 중독성을 보였단다.
2000년 3월 다니던 직장을 정년퇴임하고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시작한 게 이곳 부성낚시다. “배운 게 이 뿐인데 어쩝니까. 주변 친구들은 미쳤다고 합디다. 시내도 아니고 이런 외진 곳에 생무지(황무지) 낚시가게가 뭐냐고요. 그래도 네 식구 입에 풀칠은 면하겠지 하는 자신감이 있었죠.”
가게를 열자 친구들 우려대로 어느 때는 하루종일 손님보기조차 어려웠다. 병치레중인 아내와 대학 다니는 아들. 그나마 네 식구를 살린 것은 직장생활하는 딸의 도움이 있어서였다.
“외진 낚시가게를 찾게 하는 방법은 수제 찌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밖에 없었죠. 그동안 3천여개의 찌를 만들었어요. 수수깡, 갈대, 오동나무 등 갖은 재료를 다 사용해 보았고 결국 발사목이 우수하다는 걸 알았죠.” 깃털 만큼 가벼운 발사목 칭찬에 침이 마른다.
그의 찌에 대한 눈물겨운 노력이 빛을 보게 된 것은 지난해 점차 낚시꾼들의 입소문을 타고서부터다. 초보 꾼들은 그의 일장 강연을 듣고 가는 게 필수. 40년도 넘는 낚시 노하우가 20여분 사이에 줄줄이 쏟아진다.
정씨는 낚시꾼들에게는 세가지 맛이 있단다. 손맛이 첫째요, 입맛이 둘째요, 셋째가 바로 찌맛.
찌맛에 의문을 달자 “낚시를 드리울 때 찌가 밋밋하게 눕혀져서 들어가면 잼병입니다. 하늘과 땅을 직각으로 오똑 선 다음 입수하는 찌를 보는 것이 낚시의 또 다른 재미죠.”
장인정신이 담긴 수제 찌에는 모두 ‘부성’의 이름을 달았다는 그. 낚시인구도 점차 늘어 “전망은 무척 밖다”고 말한다.
가끔씩 부성동 인근 하우스낚시터에서 낚시하는 그를 보면 새로운 찌를 시험키 위해 들린 것으로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