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도심 한복판에 포도가 이렇게 많이?
더구나 한 나무에서 포도송이가 1100송이가 달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대로변에 포도가 주렁주렁 열렸다. SRC 천안재활병원 앞 ‘천석 카센타’다. 무려 1100송이다.
지나는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포도송이를 보느라 정신없다. 봉지 씌우기 전 포도가 궁금했다.
청포도다. 익지 않아서 청색인가 했는데 원래 청포도다.
마침 주인장(김진환·65)이 나왔다. 자연스럽게 다가가 포도이야기로 말을 걸었다.
17년 전 카센터에 포도나무를 심었단다. 포도나무가 자라면 포도도 먹고 자연채광막 역할도 할 것 같아서였다.
길을 가다 그의 포도나무를 본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그를 따라 옥상에도 대문 앞에도 포도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잘 키우기 위한 정보교환은 물론 이를 계기로 가까워진 이들도 많단다.
그는 “저 집도 대문 앞에 심고, 저 집은 옥상에 심었다”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는 도심 속 포도나무 가꾸기 전도사다.
어떻게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이렇게 많이 달릴 수 있나 주변을 돌아봤다. 두 손바닥을 벌려 감싸도 모자랄 듯한 포도나무 둥치다.
어떻게 키우느냐는 물음에 자연농법이라 했다. 과일 껍질이나 채소 부스러기 등을 나무 아래 묻어주는 것이 끝이란다. 그래선가, 새들이 포도나무 밑에서 왔다갔다 하며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 얼마 후면 포도가 탱글탱글 익을 것이다. 뜨거운 도심이 시골보다 20여일 빠르다고 했다.
“포도의 계절에는 손님도 포도를 먹을 수 있지요. 두어송이씩 금방 따서 드리면 맛있다 맛있다 합니다.”
7월이다. 이육사의 시처럼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도심 한복판 여기저기에 하늘 가득 푸른 잎이 덮고, 포도가 익어가는 것을 상상한다.
▲ 김진환 천석카센타 대표는 포도박사 이전에 30여년 카센타를 운영해온 차박사다.
청포도가 익어갈때 이웃과 즐거움을 나누는 인심도 익어갈 것이다.
포도가 익기를 기다려 차를 점검한다는 핑계로 슬그머니 이곳에 들러볼 일이다. 입 안에서 청포도 알이 터지는 상상을 한다. 침이 벌써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