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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원 시인의 '모항의 바다'

등록일 2021년06월2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녹음이 하얀 구름 아래 젖던 날 천리포 수목원에 갔습니다.

노랑 창포가 연못 속의 구름에 안겨 있었습니다.

말발도리 꽃이 면사포처럼 덮은 길을 따라 걷다가 파도소리, 나무와 바람이 노는 소리가 꿈처럼 내리는 의자에 바위같이 무거운 몸을 내려놓자 절로 눈이 감겼습니다.

보드라운 햇살 아래 그대로 의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도 쉬고 남도 쉴 의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모항에 가선 밥을 먹었습니다.

고향의 우물같이 소박한 항구였습니다.
 


파도 소리에 끌려 소라를 샀습니다.

바다 맛을 준 소라는 책상 위에 앉아 바다를 불러왔습니다.

모항의 바다입니다.
 


 


모항의 바다


바다가 그리웠나보다
모항의 소라는

식탁에 와서도 쉼 없이 다그쳤다
그곳에 바다가 있다고
 
호흡 가쁜 바다의 윤슬은
커다란 물고기가 고향을 찾아가는 것이고
모래 위에 하얗게 내리는 파도는
먼 옛적부터 바다로 온 사람들과

바다에서 머물던 이들의 꿈이
서로 만나고 있는 중이라고

초승달이 검은 하늘에 더 깊게 박히는 시간까지
소라는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금방 돌린 발걸음 뒤의 바다
모항이 그립다

너 만큼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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