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간판을 가려 가로수 고사의혹을 받고 있는 성정동 성정4거리 인근 도로변.
삭막한 회색공간의 도심에서는 가로수가 위안이 된다. 가로수는 심리적 안정 외에도 공기정화, 방음효과, 기후조절 등으로 사람과 도심 사이의 건전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로수의 충만한 혜택에도 불구, 멀쩡한 가로수가 간혹 고사되는 일이 발생돼 악덕 상인이 저지른 ‘비양심 상혼’이라는 지적이 제기,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십수년을 탈없이 자라왔던 가로수가 고사되는 것은 정상적인 생육과정이 아니다. 게다가 고사된 가로수는 대부분 인접한 가게 간판에 상당한 위해를 가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일부 상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가로수는 ‘간판을 가려 장사를 망치는 원수’일 뿐이다.
“심증은 가지만 증거가 없는데 어떡합니까. 생각 같아선 더 큰 나무를 이식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나무값은 고사하고 도로까지 파헤쳐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죠.”
시 산림과 박권서씨에 따르면 1년에 몇몇 건의 고사 의혹이 발생하고 있지만 지금껏 단 한건도 범인을 밝혀내진 못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성정4거리 도로변에 고사된 은행나무를 보고 몇몇 시민이 문제제기했다. 이들은 시청 홈페이지에 독불 개인주의 표현을 사용하며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관계기관에서 조속히 수배해 과징금과 마음의 고통을 줘야 한다. 천안시에서 영원히 추방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간판 가린다고 멀쩡한 가로수를 죽인다는 건 상식 이하의 짓이라며 밑둥치에 구멍뚫린 것으로 보아 제초제를 먹인 것 아니냐는 반응.
시 관계자도 이 같은 민원에 탐문도 해봤지만 자연고사인지 고의고사인지조차 밝혀내지 못한 채 종전처럼 소득없이 종결했다.
나무의 고사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 고침이 전문가인 이승재(서울나무병원) 원장은 “토양에 오염물질을 넣어 고사시켰다면 토양분석을 통해, 치명적 호르몬제를 주입시켰다면 엽분석을 통해 밝혀 낼 수 있다”고 전했으며 비용은 수십만원대. 하지만 범인찾는 건 또다른 문제라고 피력했다.
돈을 들여 고사원인을 밝혀내도 범인을 잡지 못한다면 피해만 커지는 셈. 박권서씨는 범인만 잡아낼 수 있다면 100여만원 드는 나무값이며 이식작업비 등 소요비를 산출해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범인색출이 용이치 않음을 안타까워 했다.
시는 이들 고사된 곳에 적당한 때 지름 10㎝, 수고 3m 안팎의 나무를 이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올 봄 그동안 지역 곳곳에 이 빠진 듯 고사된 지점에 7백주의 가로수를 이식작업한 바 있다.
고사나무와 관련한 제보가 주변 주민들의 협조로 원만히 이뤄질 때 계속되는 고사 의혹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보: ☎550-2424. 시 산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