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5월 아산 배방면 일진노조가 회사의 분사계획을 철회하라며 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분사를 하면 비정규직이 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로 생활고에 시달리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던 것이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최저 임금은 전국 평균 근로자 소득의 35%에 미치는 수준인 51만원이다. 미혼여성이 혼자 산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금액이 100만원인데 보통 4인 가족을 기준으로 51만원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제는 이러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을 국가가 법으로 보장해 강제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행 최저임금은 그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노동자들의 최저 생계 보장이라는 취지가 무색한 상황.
2002년 9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은 월급으로 환산해 본다면 51만원(시급 2천2백75원). 전체 노동자의 임금수준 150만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
OECD는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빈곤선을 전체 노동자 중위임금의 2/3로 정하고, 최저임금을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 나라들에서 전체 노동자 임금의 50% 정도 내외에서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실정을 비교해 본다면 최저임금 수준은 지나치게 낮다.
이들 최저임금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사업자에 적용된다. 최저임금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월급이 없는 직장도 있고 더 보탠다고 해도 시급 2천2백75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미약한 수준의 급여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서민의 생명줄
천안시 업성동 T업체의 자동차 부품 공장도 대형자동차에서 나오는 도급을 받아 운영하는 영세한 업체다. 이 업체의 경우 사업장도 영세한데다 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비정규직이다. 시급을 2천2백75원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
최저임금은 서민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생명줄과도 같다. 그러나 형편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아산시의 음봉면 D업체도 마찬가지. 사업자 등록증만을 갖고 있는 이 영세업체의 경우 최저임금이 턱없이 낮게 책정돼 봉급은 100만원을 넘기가 힘들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56.6%가 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자다. 이들 중 대부분은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받지 못하고 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은 2002년에 전년도 대비 8.3% 인상에 그쳤다. 2002년 전체 노동자(5인 이상 상용직)의 임금이 11.2% 오른 것을 감안하면 소폭의 인상인 셈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최저임금은 국제적인 수준을 감안해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 평균의 1/2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생계비와 최저임금
노동부 매월 노동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5인 이상 상용직 노동자의 정액급여 평균은 140만8468원.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의 50%가 되려면 이의 절반인 70만4234원이 돼야 한다.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월 2백26시간 기준으로 3천1백16원이 돼야 마땅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주장하는 것은 십원 밑으로 절삭한다면 시급3천1백원(일급 2만4800원, 월급환산 70만600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대책위를 꾸려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실태생계비와 비교해도 현행 최저임금은 턱없이 낮다고 보고 있다.
표를 보면 2000년 9월∼2001년 8월 적용된 최저임금은 월환산 42만1490원으로 2002년 10월 기준 29세 이하 미혼단신노동자 생계비 79만4166원보다 37만원이 부족한 실정. 2001년 9월∼2002년 8월 적용 최저임금은 월환산 47만4600원(시급 2천1백원, 일급 1만6800원)으로 2001년 10월 기준 29세 이하 실태생계비 89만2682원에 42만원 부족하다.
이렇게 실제 생활비와 최저임금 사이에는 커다란 오차가 벌어지고 있지만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민주노총 충남본부에서는 6월부터 최저임금연대를 꾸려 활발한 사업을 실행 중에 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제보가 가장 시급한 형편. 실제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어려움을 호소조차 할 수 없는 사례들을 취합할 예정이다. (문의:☎549-4081)
또한 법제도 개선사업과 집회 및 각종 캠페인을 벌일 계획에 있다.
이번달 중순쯤에는 충남도의 최저임금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 생활비와 최저임금의 차이를 선전할 계획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