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일일 8시간 근무 등. 사람 살기 나아졌나 하면 웬 소리. 잠자는 시간 외 직장에 매인 사람들의 한숨 소리만 가득하다.
경제한파에 회사수익은 나빠지는데 배짱있게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지키는 이가 있을까.
남들 부러워하는 대기업 연구원인 김모씨(26). 그는 하는 일 없이 밤 8시나 돼서야 눈치껏 퇴근한다며 ‘일주일만 백수로 놀면 원이 없겠다’는 푸념도 내뱉는다. 하지만 이는 사회운영의 주축인 청·장년들만의 사정일 뿐. 노인들에게는 ‘일거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기만 하다.
더러 능력과 부지런함을 앞세워 별을 따는 사람도 있다. 82세의 심원달 옹이 그중 한명. 문성 이·통장 협의회장으로 활동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하는 일은 많지 않지만 쉽지도 않아. 발품파는 일도 꽤 있지. 내가 맡고 있는 세대수가 2백이야. 빌라나 원룸도 있지만 대부분 단독주택이라 때로 힘겹기도 하지.”
반상회보나 적십자비 용지를 한아름 들고 집배원 마냥 다니는 심 통장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정정해도 환갑, 고희를 넘어 미수에 이르는 나이고 보면 신기하게 보는 이도 더러 있다. 보통 용지 정도는 가뿐하게 들고, 좀 무겁다 싶으면 자전거를 탄다.
“반장 20년에 통장 20년을 하고 있어. 돈들어가는 게 한두 군데인가. 무보수 명예직의 봉사정신이 없고서는 섣불리 맡을 수 없는 일야.”
통장일에 불만거리는 없다는 심 통장. 세상을 살아보니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불만이나 호기가 될 수 있다는 인생관을 내보인다.
“주어진 통장 역할만 충실하면 돼. 이러쿵 저러쿵 떠들 것 없는 거야. 먼저 내가 잘하고 봐야지, 남탓 하다 보면 모든 게 엉망이 되지.”
이런 심 통장도 한가지 애로사항을 살며시 꺼내 놓는다.
“예전처럼 전·출입 만큼은 이·통장 손을 거쳐가게 해야 한다고 봐. 누가 오고 가는지 모르니까 서로가 소외감 느끼고 일하기 힘든 거야. 2년 전에 (심대평)도지사에게 항의하기도 했어. 답변이 법을 바꿔야 한다나.
전·출입을 관여하면 우리도 힘들지만 꼭 예전처럼 부활돼야 할 거야.” 82세에 통장일 보는 게 어디 쉽겠는가만 광덕면에는 그 또래에 1천평 논농사 짓는 이도 있다는 그.
마땅한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전국 최고령 통장’일지도 모른다는 심 통장의 자부심이 대단, 1백세까지도 노익장 건재를 과시할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