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다 깎아놓으면 일하지 말란 말인가. 답답한 사람들.”
27일(화) 상임위 심사 후 공무원들의 짜증섞인 소리가 의회 안을 울렸다. 며칠 밤새 기획하고 예산을 신청해 놓았다는 공무원들은 특히 의원들의 단순기분과 한두명의 깐깐한 의원 주장에 삭감되는 예산 심사에 낙담.
반면 의원들은 시에 자신들이 요구한 노트북 13대(2990만원)를 보란 듯이 통과시켰다. ‘깊이있는 심의과정을 거쳐 논의’하겠다는 장상훈 의장의 당초 말은 하나의 변명거리였을 뿐. 이같은 말을 믿은 이도 없지만 27일(화) 운영위원회는 너무도 쉽게 노트북을 획득했다.
운영위 통과소식을 접한 일부 의원들은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냐”며 은근히 부러워했다. “그러니까 희망자 손들라 했을 때 들었어야지” 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다른 의원님들은 다음 추경에 올려 드려야죠”하며 비꼬는 관계 공무원도 있다.
심지어 “쥐뿔만한 상식 가지고 아는 체 하는 의원님들(?) 모시기 참 힘들다”는 말도 서슴없다. 도대체 예산을 보고 다룰 줄 아는가. 일명 ‘예산 깎기’가 의원들의 고유업무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연구 검토 없이 임기응변식의 미흡한 판단에 주요예산이 좌지우지되는 행태에 속쓰린 것.
실제 총무위의 경우 12명 의원중 반인 6명 정도만이 심사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말 한마디 없이 자리만 차지한 의원도 반이 넘었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까탈스런 의원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두세명의 의원들에게 매달려 이해를 구하다 못해 사정하기도 하며 의원 기분 맞추기에 안쓰럽기도 하다.
“저희가 왜 이러겠습니까.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삭감한다면야 할 말 없죠. 자질없는 의원들에게 부여된 지방자치 권한이 지금 실정으로는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공무원과 의원들의 행태를 지켜보노라면 지방자치 토착화는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