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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리며 사는 ‘비정규 인생’- 비정규직-생계비, 고용불안 시달려

등록일 2003년05월3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시 ." align="left">작년 여름, 아산 D동 단지내 G업체에서 근무하던 5명의 노동자가 모두 해고당했다. 사측은 해고가 아니라 용역기간이 만료됐고 더 이상 고용이 필요치 않아 고용만료가 됐음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해고된 데는 다른 속사정이 있었다. 전화기를 조립하던 이들은 정규직 직원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한 달에 무려 35만원이 차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항변하다 상사 눈에 거슬려 해고됐다. 이들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 수도 없고 용역업체가 관리하고 있다. 실제 일은 G업체에서 하고 관리는 따로 받고 있는 실정.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많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 사원보다 못한 보수를 받는 일이 허다하고 연·월차가 없어 쉬는 날엔 월급적용이 되지 않는다. 몸이 아프더라도 작업 분량이 많으면 업무를 마치기 전까지 퇴근할 수 없다. 지난 3월 아산 인주면에서는 비정규직원이 아프다고 월차를 내려고 하자 상사가 때리고 칼로 찌르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단면에 불과하다는 것이 각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말이다. 지난 2001년 비정규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양대노총(한국노총, 민주노총)은 「비정규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법 개정안」을 제시했으나 현재까지 개정논의가 없다. 현실에서 겪는 아픔은 크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는 모순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지난 24일(토) 오후 2시부터 민주노동당 아산시구당 사무실에서는 『비정규 차별철폐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비정규 고용문제가 단순한 노동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등장했고 이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논의는 2001년부터 언론보도와 노사정 위원회를 통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비정규노동자의 고통을 덜어줄 법 제도상의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2000년에도 한국노총,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등 공동으로 국회에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개정안」을 내놓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어느 국회의원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실정이다. 2001년 7월 노사정 위원회에 설치된 비정규 근로자대책 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만 무성할 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비정규직의 범위는 정규고용의 잔여 개념으로 정의된다. 고용근로계약과 근로시간, 그리고 단일 사용자 여부에 따라 기간을 정하지 않는 상용고용형태로 이뤄진다. 노동법상의 해고제한, 고용관계의 안정성 보장, 근로시간은 전일제 형태로 근무한다. 비정규직은 고용주와 명시적 혹은 묵시적 고용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기업 내 또는 지정된 장소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형태가 아닌 모든 경우의 고용계약을 비정규직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 실태 2002년 8월 통계청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 노동자 수는 770만8000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56.6%를 차지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용불안정에 시달리며 일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 근로계약을 맺고 이를 명시했더라도 1개월 미만이 48.6%, 1개월~1년 미만이 24%, 1년이 16.4%으로 89%가 1년 이하의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실제 근속기간도 6개월 미만이 43.1%로 불안한 고용을 하고 있으며 1~2년 미만 근속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17.2%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용이 불안정할 뿐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96만원으로 정규직 월평균 임금의 52.9%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데 비정규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가 한주당 44시간 근무하는데 반해 비정규직은 45.5시간을 일해 1.5시간 정도 길게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의 경우도 정규직은 본 임금의 93.2%, 92.5% 등을 받는데 비정규직은 13.8%, 13.9%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그나마 받지 못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더 많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발언은 제대로 들을 수가 없다. 아직까지 이렇다할 노동조합 하나 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조합을 만들라치면 사측에서 해고나 용역기간 만료를 들고 나와 더 이상의 활동을 제지하는 것이 업계에 관습화되어 있다. 작년 겨울 H업체(인주면 소재)에서 청소를 맡아보던 10명의 환경미화원도 조합을 신설한다고 하자, 느닷없는 해고 통보가 날아와 이들은 현재 해직상태에서 노조설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 중이다. 고용 불안정, 경제 불안정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누구일까. 환경미화원, 학습지 교사, 아파트 경비원, 시간제 강사 등 넓은 범위에 포진하고 있다. 이들에게 고용 불안정은 곧 경제불안정과 불평등이란 커다란 이슈로 다가온다. 차등적 임금과 차별적 대우는 차별을 불러일으키기 때문. 특히 여성, 남성의 차별을 불러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중 여성비율은 70.9%나 된다. 남성 비정규직이 45.4%에 머무르지 않는 것에 비해 25.5%나 높은 셈이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경제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여성이 더 많은 차별과 대우를 받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고용 불안정은 노동의 기본권을 저해하고 있다. 노동기본권은 인권의 핵심적 요소. 그러나 보험설계사 골프경기장 도우미, 지입차주,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행정부 또는 법원에 의해 단결권 마저 부인되고 있다. 또한 파견노동자들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기본권이 보장되지만 사용업주의 계약해지 위협 등으로 실제로는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다. 인권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소득 불평등. 비정규직 증가는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으로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형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를 입증해 주는 것이 IMF 이후 벌어진 계층간 소득격차다. 비정규직 철폐운동 비정규직 고용문제의 해결은 어렵고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시민들이 겪고 있는 일이고 철폐해 나가야 할 사안이지만 이를 묶어낼 힘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중심축을 이뤄 비정규직 철폐운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을 실질 생활임금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비정규직 업체에서 겪는 어려움을 상담해 주고 있다. 민주노총 충남지부 오은희 총무부장은 “차별적인 고용형태를 벗어나 임금을 받는 사람 누구나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며 “차별적 대우를 받는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담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6월에는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업체에 대한 조사와 7~8월에는 사례발표 등을 통해 최저임금의 현실화와 비정규직 철폐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의:☎549-4081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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