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종무 화백의 작품들.
9월 회고전을 앞두고 아산에 방문했던 원로서양화가 이종무씨가 지난 26일(월) 저녁 9시께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있는 당림미술관 앞에서 교통사고로 타계했다. 향년 87세.
이씨는 이날 서울을 출발한 뒤 자신의 아호(당림·棠林)를 따 지난 1997년 건립한 당림미술관 앞에서 버스를 내려 건널목을 건너다가 달려오던 봉고차에 부딪혀 숨졌다.
1916년 아산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한국의 첫 서양화가인 고희동 선생에게 사사받은 뒤 일본 도쿄동방미술학원(1937~1941년)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해방 후에는 홍익대 서양화과 교수(1955~64년), 예술원 회원(1982~87년), 수채화작가회장(83년), 상형전 회장(84년) 등을 역임했다.
대표작은 「전쟁이 지나간 자리」 「향원정」 「자화상」 등이 있다. 이 화백은 지난 1993년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이밖에 예술원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이 화백은 갈색조의 고향 이미지를 담은 구상 풍경화와 누드화를 주로 그려 「황토색의 순례자」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1960년을 전·후해서는 비구상 작품에 심취하기도 했다.
당림미술관 관장이자 고인의 차남인 이경렬씨는 “회고전의 화집발간 문제를 출판사 측과 논의하기 위해 서울에 가셨다가 돌아오시는 길에 뜻하지 않은 변을 당하셨다”며 “아버지는 국립현대미술관 건립을 위해 헌신하셨던 일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셨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제까지의 전시회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이번 회고전을 보여드리지 못해 애석하다”며 흐느꼈다.
이 화백은 9월30일부터 10월15일까지 서울갤러리에서 회고전을 열어 대표작 등 1백여점을 전시할 예정이었다.
유족은 장남 이성렬(칼슨 대표이사)씨 등 2남 3녀. 고인은 지난 29일(목) 아산 선영에 안장됐다.